1991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해 온 전주원이 무릎 부상 악화를 이유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전주원이 지난해 4월 겨울리그에서 신한은행의 통합 우승을 이끈 뒤 딸 수빈이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젠 그만 물러날 때가 된 것 같아요.”
여자 농구의 간판스타 전주원(36·신한은행)이 13일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1991년 처음 태극 마크를 단 지 17년 만이다.
그는 “부상 때문에 뽑아주셔도 제대로 뛰지 못할 것 같아요. 제의가 온다고 해도 사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초부터 코트에서 대표팀을 지휘하던 그의 모습을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은퇴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릎 부상 때문.
2001년 8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그는 지난해 4월에는 왼쪽 무릎에 같은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 출전 시간을 조절하며 최근 팀의 정규리그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시즌 후 올림픽 참가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 대표팀에 뽑히면 4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굿럭 대회’, 8월 올림픽에 잇달아 참가하게 돼 부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무릎만 괜찮으면 저도 더 뛰고 싶죠. 하지만 이런 몸 상태에서 참여하면 도움이 안 될 것 같네요.”
1991년 실업(현대산업개발) 1년차 시절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단 그는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대표팀 부동의 주전 가드였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금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며 한국 여자 농구의 황금기를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당시 고교(선일여고)를 갓 졸업했던 그는 어느새 다섯 살 난 딸(수빈)을 둔 주부가 됐다.
“참 오래도 했지요. 아쉬움은 없어요. 대표팀에 제가 없어도 최윤아(신한은행)나 이미선(삼성생명)이 잘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요.”
전주원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무릎 재활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