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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괜찮다지만… 민간은 “경기 내리막”

입력 | 2008-02-14 02:58:00




《작년 2분기(4∼6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실물경제의 흐름이 꺾였는지를 두고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경기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민간 전문가들은 경기가 이미 지난해 말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 진단에 가장 전문성이 있는 기관인 한국은행도 13일 논란에 가세했다. 한은은 이날 4%대를 위협하는 물가 상승률을 의식해 일단 콜금리를 동결했지만 “경제성장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내비쳤다. 경기를 보는 시각에 있어 정부와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와 한은의 경제 흐름에 대한 진단은 대단히 중요하다. 진단이 틀리면 ‘버스가 지나간 뒤 손을 흔드는’ 대책을 내놓거나, 엉뚱한 처방전을 내놔 경기 흐름을 더 악화시킨다.》

재경부 “소비-투자 지표 양호”

민간 “작년말 이미 정점 지나”

○ 정부 “경기 계속 호조세”

재정경제부는 최근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일부 지표가 하락세지만 설비투자가 되살아나는 등 경기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먼저 민간소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추이를 보면 작년 2분기 4.2%에서 3분기(7∼9월) 4.7%로 상승한 데 이어 4분기(10∼12월)에도 4.7%의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졌다.

재경부는 또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액(전년 동월 대비)이 지난해 12월 15.9%에서 올해 1월 21.9%로 확대되고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늘어나는 등 국내 소비가 양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도 작년 4분기에 5.7% 증가하면서 3분기(1.6%)의 조정국면에서 벗어나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위축되고 있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대외 경제사정이 나빠지고는 있지만 국내 경기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민간 “실질적 둔화 국면 진입”

민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소비심리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부 지표는 이미 경기 위축세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

지난달 말 통계청이 ‘2007년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한 후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한국 경제가 작년 4분기에 경기 정점을 통과했다”고 진단했다.

이 회사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전년 동월비)가 작년 12월 7.2%로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며 “3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가 전환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가 실질적인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작년 12월 소비재판매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2.6%에 그쳐 10월 8.4%, 11월 6.0%에 비해 크게 둔화됐으며 △서비스업 생산증가율(전월 대비)이 0.1%에 그쳐 10월 1.7%, 11월 1.3%에 비해 급락한 점을 들었다.

한은도 경기침체 우려 가세

상반기중 금리 인하 가능성

○ 한은 “경기 하방 리스크 높아져”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앞서 배포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기가 내려갈 확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제가 성장경로를 따라갈 것”이라고 쓴 것과 비교하면 한은의 시각이 한 달 만에 크게 달라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은은 “의복, 승용차 및 차량용 연료 등의 판매 부진으로 소비 신장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국제 금융위기로 국내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은이 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현재 콜금리가 연 5%로 3%인 미국의 연방기준금리와 차이가 큰 데다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면 금리를 동결할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면서 “상반기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도 이날 한은이 콜금리를 상반기 중 최소한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삼성경제硏 보고서 “지속가능 성장률 한국, 연간 6%대”▼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률이 연간 6%대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2012년까지 앞으로 5년간 경제의 최적 성장을 보장하는 적정 민간소비 비중을 추산하고 이를 근거로 투자 증가율을 산출한 결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률은 연간 6%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연 6% 성장을 위한 소비증가율 5.6%와 고정투자증가율 6.5%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7% 성장을 위한 소비증가율과 고정투자증가율은 현 수준을 크게 웃돌기 때문에 과도한 부양책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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