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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매체 융합시대… 신문시장만 독과점 논란 난센스

입력 | 2008-02-12 02:57:00


뉴스는 공짜다. 대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용하는 집단과 비용을 부담하는 집단이 다를 뿐이다.

이처럼 지원 영역(subsidy side)과 수익 영역(money side)이 별도로 존재하는 시장을 최신 경제학이론에서는 ‘양면시장’이라고 부른다. 이동통신이나 네트워크 게임 등 정보기술(IT) 관련 산업과 부동산, 구인구직, 신용카드 등 전통적 네트워크 산업 그리고 신문 방송 등 광고에 의존하는 미디어 산업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양면시장은 규모가 큰 사업자가 경쟁우위를 가지는 일종의 네트워크 경제다. 그래서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높다. 뉴스시장도 그렇고 통신시장도 그렇다. 규제논리가 일면 타당성을 가지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하나 있다. 디지털 시대 양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경쟁이 개별 시장 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이 만들어 내는 ‘융합’ 때문이다. 서로 상관없던 서비스가 멀티 플랫폼을 통해 하나의 번들(bundle)로 제공되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쟁구도를 만들어 낸다. 복합 양면시장 즉 다면시장이다.

다면시장에 대한 이해를 위해 ‘구인구직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전형적인 양면시장인 구인구직시장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내부적으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신용카드 회사에서 그들만의 독자적 구인구직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구인구직 서비스뿐 아니라 여타 경쟁력 있는 서비스들을 무료로 혹은 아주 저렴하게 번들로 제공한다면 말이다. 네트워크 규모에서 신용카드 회사의 적수가 될 수 없는 구인구직 사업자들의 운명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복수의 지원 영역과 복수의 수익 영역이 전략적으로 연계된 다면시장에선 전통적 시장의 범위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시장의 범위와 경쟁 구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전략에 따라 만들어지는 곳이 다면시장이다.

뉴스 비즈니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 있다. 뉴스시장은 이미 과거의 뉴스시장이 아니다. 포털이나 이동통신사는 물론 신용카드 회사나 게임회사까지도 기존 뉴스 사업자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종 네트워크 간의 경쟁이 현실이다. 단일시장 내의 독과점이 문제가 아니라 거대 네트워크의 다면시장 지배가 현실적 문제다. 현실이 바뀌면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 신문시장만 바라보고 뉴스시장의 독과점을 운운하는 것이 그래서 공허하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