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여성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56) 씨.
“늙은 왕이 아들 왕을 자기 무릎에 엎어놓고 매질했다. 뭐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는지? 아들 조지 W 부시는 매를 맞을 법하다. 아들은 대통령이 되자 서부 텍사스식의 거친 근육질 외교정책을 폈다.”(2006년 8월)
“W(부시 대통령을 비하하는 호칭)는 이라크전쟁에 대해 소설과 사실을 마구 섞어 언론과 민주당 인사들을 겁주고,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논쟁 자체를 비도덕적인 것인 양 몰아붙인다.”(2006년 1월)
이처럼 부시 대통령을 신랄히 비판해온 그가 돌변했다고 경쟁지인 워싱턴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8일간의 중동 순방에 나선 부시 대통령과 동행한 길에서 “대통령은 정말 놀랍고 멋진 사람이다”라고 치켜세웠다는 것.
다우드 씨는 8일 첫 방문지인 이스라엘에 도착하자마자 복통으로 시달렸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뉴햄프셔 경선을 취재하고 싶은 열병이거나 예루살렘에서 상한 음식을 먹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주치의를 만나보라는 주변의 권고도 뿌리쳤다. 하지만 바레인으로 이동한 12일엔 고통이 너무 심해 일요일자 칼럼도 못 쓸 지경이 됐다. 마침내 특급호텔에 머물던 대통령 주치의 리처드 터브 공군 준장을 찾아가 응급치료를 받았다.
다우드 씨는 다음 날 취재단 전세기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백악관 측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자리를 마련해 기내에서 계속 치료를 받도록 배려해 주었다.
부시 대통령의 순방 직전에만 해도 “첫 번째 임기에 외교를 뒤집어엎던 W가 이젠 난봉꾼(playboy)식의 평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신랄한 비판을 했던 다우드 씨다.
하지만 백악관의 호의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그는 “대통령은 주치의를 공유할 수 있게 해줄 정도로 매우 관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록 대통령이 이번 일을 (보고받지 못해) 모르고 있을지는 몰라도…”라며 사족을 다는 것은 잊지 않았다.
아버지 부시 때부터 백악관을 출입한 다우드 씨는 대통령과 교황을 포함한 권력자를 향한 신랄한 비판으로 명성을 날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다룬 기사로 1999년 논설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