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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비극’ 6년만에 풀려나다

입력 | 2008-01-12 02:56:00

어머니와 재회 클라라 곤살레스(왼쪽) 씨가 10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됐다가 6년 만에 풀려난 딸 클라라 로하스 씨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클라라 로하스, 2002년 부통령 후보 → 피랍 → 반군과 사랑해 낳은 아들과 생이별 → 석방

“어디서 지내는지도 몰랐던 아들이 걱정됩니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돼 6년 이상을 정글에서 지낸 클라라 로하스(44) 전 콜롬비아 부통령 후보. 그가 10일 풀려나 던진 첫마디에는 진한 모정이 담겨 있었다.

2002년 2월 FARC에 납치된 그는 반군과의 사이에서 아들 에마누엘을 낳았다. 생후 8개월 만에 FARC가 데려간 아들은 그 뒤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31일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에마누엘이 보고타에 살고 있다’고 밝힌 뒤에야 아들이 살아 있음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로하스 씨는 콜롬비아 카라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들과의 재회를 열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산호세에서 국제적십자 관계자에게 인계된 로하스 씨는 함께 풀려난 콘수엘로 곤살레스(57·여) 전 의원과 헬기편으로 10일 베네수엘라 서부 산토도밍고 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민간 항공기로 갈아탄 이들은 카라카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그리던 가족과 감격적인 재회를 했다. 로하스 씨는 공항 활주로에서 하얀 머리에 보행용 보조기구를 들고 나온 어머니 클라라 곤살레스(76) 씨와 감격적인 입맞춤을 했다. 이 순간에도 그의 목에는 아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백합을 선물로 받은 곤살레스 전 의원도 딸 파트리시아와 마리아를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자신이 인질로 붙잡혀 있는 동안 태어난 손녀를 껴안으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가 수년간 인질교환 협상을 했음에도 풀려나지 못했던 이들이 극적으로 석방된 것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재에 나선 덕분이었다. 콜롬비아 좌익반군 단체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FARC가 이들 같은 ‘고위급’ 인질을 석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국제적십자 관계자들에게 인계된 뒤 차베스 대통령과의 위성전화 통화에서 “수천 번의 감사 인사를 보낸다. 당신은 우리를 다시 살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카라카스의 대통령 궁에서 이들을 만난 뒤 “좌파 반군과의 전쟁을 벌이는 우리베 대통령이 이들과의 공식 중재노력에 반대하고 있지만 나는 인질 석방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카라카스의 위성방송 채널 텔레수르는 “로하스 씨가 인질 16명이 생존해 있다는 증거물을 가져왔으며 이 중에는 콜롬비아 경찰총수를 지낸 귀예르모 솔로르사노 씨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로하스 씨와 함께 납치했던 잉그리드 베탕쿠르트(여) 전 대선 후보는 지난해 11월 콜롬비아 정부가 그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해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베탕쿠르트 씨의 어머니 욜란드 풀레시오 씨는 “다음에는 잉그리드가 석방돼 가족의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미국 ABC방송은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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