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9일. 친노(親盧·친노무현) 그룹인 ‘참여포럼’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승리 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연 ‘1219 4주년 행사’엔 친노 핵심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노 대통령이 ‘동업자’라 부른 안희정 씨, 노 대통령의 후원인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후원회장인 이기명 ‘국민참여1219’ 상임고문, 영화배우 명계남 씨….
하지만 참석자 중 단연 눈에 띈 사람은 김대업 씨였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인 ‘병풍(兵風)’을 제기해 여러 위기 속에서도 노풍(盧風)을 살린 ‘공’을 세웠건만, 그는 누구의 초대도 없이 행사장을 찾았다.
‘창업공신’들은 “이 정부의 출범을 기대하고 함께했던 많은 사람이 이날이 되면 가슴이 뜨거워질 것”이라며 벅차 했지만 김 씨는 방명록에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잠시 행사를 지켜보다 조용히 사라졌다. 참석자들은 “대체 의도가 뭐냐”며 의아해했다. ‘창업공신’들에게 김 씨는 명예훼손, 무고, 수사관 사칭 등의 혐의로 1년 10개월간 실형을 살고 나온 범법자이자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대선이 끝난 뒤 김 씨는 딱 한 번 입을 열었다. 행사 참석 4개월 전인 그해 8·15 특별사면이 발표된 직후였다. 김 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희정, 여택수 씨 등이 사면된 반면 자신은 빠진 데 대해 “저 같은 사람은 팽개치고 거액의 정치자금 받은 사람들을 사면하는 것은 사회 정의도, 개혁도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노 대통령이 자신을 ‘가까이 하기에도, 멀리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김 씨가 최근 ‘병풍’ 내막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에서 제외된 뒤 나온 ‘폭탄선언’이다. 청와대가 김 씨의 사면을 추진했으나 법무부의 반발에 부닥쳐 제외했다는 것도 알려졌다. 김 씨의 과거 행적이 워낙 별나긴 하지만 병풍의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을 것 같다.
5년 전의 일이지만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공작정치의 구태가 더는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병풍 공작에 개입했던 사람들 스스로 진상을 공개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 그마나 죄를 더는 길이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