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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2008]시조 당선소감

입력 | 2008-01-01 02:58:00


먼 길 떠날 채비를 끝내고… 날자!

어젯밤 꿈결에 새들의 날갯짓 소리를 들었습니다. 천수만 가창오리 떼가 먼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제 머리맡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손 시린 바람이 부는, 무채색의 겨울 하늘을 수놓으며 새들의 군무가 펼쳐졌습니다. 때로는 흩어지고 때로는 모여드는 새들의 춤사위는 ‘날자, 날자, 날자꾸나’ 하며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상의 날갯짓을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당선 통보 전화를 받고 한동안 말문이 막혀 어리둥절했습니다. 처음엔 시를 습작했습니다. 7년을 독학으로 시를 쓰다 민족시사관학교를 찾게 되었고, 시조 쓰기 내공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시조는 3장 6구 12음보 정형의 틀 안에서 마음껏 자신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시조를 창작하다 보면 자유시에서 느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저만이 맛볼 수 있는 여유와 운치, 멋을 한껏 누리게 됩니다. 아직은 설익은 저의 ‘천수만 가창오리’의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께 큰절 올립니다. 늘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와 딸 은영이, 개구쟁이 같으나 철이 일찍 든 아들 기헌이, 그리고 부모님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아울러 직장 동료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천수만 가창오리 떼가 이제 막 먼 길을 떠날 채비를 끝내고 비상의 날갯짓을 하고 있습니다. 날자, 날자 날자꾸나!

김종열

△1961년 경기 여주 출생 △성일고 졸업 △현재 ㈜경동 관리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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