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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北 지원하되 요구할 건 당당하게”

입력 | 2007-12-31 03:00:00


예비역 장성모임 ‘성우회’ 새 회장 이종구 前국방장관

“핵무기로 돌아온 좌파정권의 친북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 대북 안보정책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지 않았습니까.”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제10대 회장에 최근 취임한 이종구(72·육사 14기) 전 국방부 장관은 좌파정권의 대북 안보정책이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의 결정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성우회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논란 등 현 정부의 대북 안보 현안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안보정책을 조언하는 핵심 인사인 이 전 장관에게서 좌파정권의 대북 안보정책에 대한 평가와 차기 정부의 안보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이 전 장관은 이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육사 중퇴) 국회부의장과 육사 동기다.

―현 정부가 추진한 대북 안보정책의 공과는….

“공(功)이 없는 총체적 실패다. 현 정부는 반세기 안보의 핵심 동력인 한미동맹을 강대국에 빌붙는 ‘굴욕 외교’로 매도해 정치적으로 악용했고, 한미관계를 크게 훼손했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한 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결정해 안보 부담을 자초했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고 ‘퍼주기’에 몰두한 결과가 핵무기로 돌아오지 않았나.”

―성우회를 비롯해 예비역들이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비판했는데….

“역대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모든 예비역이 안보 위기라는 공감대를 갖고 뭉친 결과다. 군 원로들의 충언(忠言)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좌파정부의 ‘일방통행’을 막기 위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거리로 뛰쳐나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별 달고 거들먹거린다’고 폄훼하는 등 군 수뇌를 비난했는데….

“군 통수권자가 군 원로들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했다. 적국의 지휘관에게도 이런 표현을 하면 안 된다. ‘못된 정치꾼’이나 하는 소리 아닌가. 더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안보를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차기 정부가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연합사 해체를 재협상할까.

“현 정부의 최대 실책이지만 국가 간 공식 합의를 당장 뒤집기는 힘들다. 2010년경 한국군의 능력과 북한의 위협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가능하다면 추진하되, 문제가 있다면 재협상을 통해 시기를 늦춰야 한다. 차기 정부도 이런 기조에서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본다.”

―차기 정부가 전통적 한미동맹의 복원을 위해 해야 할 과제는….

“한미동맹의 기반은 군사동맹이고, 군사동맹은 공통의 적과 안보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두둔하며 동맹의 틀을 흔들었다. 차기 정부는 대북정책은 물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미사일방어(MD) 등에 대해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국방부가 추진 중인 병력 감축과 첨단무기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 2020’을 어떻게 보나.

“과거에도 세계적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방개혁은 추진됐지만 지금의 방식은 문제가 있다. 핵까지 가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커졌는데 ‘자주국방’을 내세워 뚜렷한 대책 없이 병력과 복무기한은 줄이고 예산을 늘려 안보 부담을 자초하는 것은 맞지 않다.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도 면밀히 검토해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이 당선인의 안보정책 자문 인사들이 보수 성향이 강해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보수=냉전적 사고’라는 인식은 잘못됐다. 보수진영의 대북정책이 남북을 대결구도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것은 기우다. 북한을 지원하되 당당히 요구하고 도발할 경우 100배, 1000배 응징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보여 줘야 한다. 북한의 위협에 무조건 자세를 낮추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차기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차기 군 통수권자가 여론과 자질 등을 감안해 잘 결정하리라고 본다. 다만 민간 출신 장관은 아직 이르다. 미국 일본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느냐고 하겠지만 우리의 안보환경, 군사전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방은 오랜 군 경험자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이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 군을 역차별하고 특성을 무시하는 ‘묻지마식 문민화’는 재검토돼야 한다.”

―서해 NLL 재설정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북한의 평화공존 의지가 확인될 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 김정일 체제의 대남 적화 전략이 변함없는데 어떻게 NLL을 양보하나. 6·25전쟁 당시 한미연합군의 막강한 해공군력을 차단한 NLL에 대해 북한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훈처가 재향군인회의 정치활동 금지 범위를 명문화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내용의 향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 말기에 향군에 ‘족쇄’를 채우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동안 향군은 정부 안보정책에 대한 의견 제시 등 각종 활동으로 안보와 국익에 많은 기여를 했다. 향군이 정부의 통제를 받는 현실을 바꾸는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우회장으로서 활동계획은….

“성우회가 국방안보의 최고 자문단체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 관련기구를 상설화해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에 주요 안보 현안을 수시로 조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많은 분이 이 같은 대의(大義)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이종구 성우회장:

△1935년 경북 칠곡 출생 △1958년 소위 임관(육사 14기) △1981년 제20기계화보병사단장 △1983년 수도방위사령관 △1985년 보안사령관 △1986년 2군사령관 △1988년 육군참모총장 △1990년 국방장관 △한국안보포럼회장(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유보 및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