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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절창은 계속된다

입력 | 2007-12-12 03:01:00


남성들 가슴 뒤흔들고 100만 부 돌파…

나는 다만 임금의 칼에 죽기는 싫었다

나는 임금의 칼에 죽는 죽음의 무의미를

감당해 낼 수 없었다 -칼의 노래 중에서

김훈(59) 씨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생각의나무)가 판매부수 100만 부를 넘어섰다. 생각의나무 출판사는 2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00만 부 돌파 기념 리셉션을 개최할 참이다. 2001년 5월 기자였던 김훈 씨가 전업 작가로 나선 뒤 처음으로 낸 이 책이 6년 7개월 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것.

2000년 이후 출간된 순수 한국문학작품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책은 최인호 씨의 ‘상도’와 조정래 씨의 ‘한강’ 정도다. 그만큼 드물다. 무엇보다 ‘칼의 노래’가 진귀한 것은 기존의 베스트셀러 흥행코드와 별 관계가 없다는 점. ‘속도감 있게 잘 읽히고 서사 전개가 흥미진진하다’는 대중흡인력은 ‘칼의 노래’와 거리가 멀었다. 당시 일간지와 독자 리뷰는 대개 “읽기 어렵다” “잘 나가지 않는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이순신이라는 너무 잘 알려진 국민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것, 역사소설 특유의 격정적 문장 대신 건조한 단문을 쓴 것 등 ‘재미없는 요소가 두루 갖춰진’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출판사는 돌아본다. 2001년 ‘칼의 노래’가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뒤 출판사가 정가를 내린 보급판을 출간해 판매에 힘이 좀 붙었고 그 이듬해까지 12만 부가 팔렸다. 기현상이 벌어진 것은 2004년. 탄핵 파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칼의 노래’를 읽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해에만 50만 부가 나갔다. 여성 독자가 대부분인 다른 소설과 달리 남성 독자들, 특히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30, 40대 남성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더욱 화제가 됐다. 지금도 매주 400부 이상 주문이 들어오는 ‘스테디셀러’다.

무엇보다 베스트셀러가 된 결정적 이유는 텍스트의 힘. 독자의 서평이 그 힘의 비밀을 알려 준다. “이순신이 위인전에서 보던 모습에서 벗어나 내부와 외부 모두에 적을 두고 끝없이 고민하는 인물로 나온다.” “현실의 세계에서 자신의 운명과 부딪히며 매일 매일 불완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이순신을 만난다.”

올해의 역사소설 열풍에 대해 ‘뉴에이지 역사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평론가 서영채 씨는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 김훈 씨의 일련의 역사소설은 모두 ‘뉴에이지 역사소설’이며 ‘칼의 노래’는 그 원형”이라고 말한다. ‘칼의 노래’가 다루는 이순신이나 임진왜란은 단순히 지난 역사의 인물과 사건이 아니라, ‘생명의 위기에 이르러서, 인생의 한 전기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결단하고 판단하는지, 그런 상황을 맞은 인간이 어떻게 거룩하고 숭고한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인 만큼 21세기 현실에서 유효한 얘기라는 설명이다. 서 씨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기존의 역사소설과 다른, ‘지금 여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호소력을 갖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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