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이비리그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결국 미국에서도 성공은 인성교육에 달려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배웁니다.”
8년 전 교육이민을 온 강모 씨는 청소 대리운전 등 고된 일을 하지만 항상 표정이 밝다. 아들딸이 공부를 잘하기 때문이다. 두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게 그의 소망이다.
그러나 최근 뉴스에 오르내리는 다양한 한국계 2세들을 보며 강 씨는 “어떤 가치관을 심어 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민 2세 관련 뉴스는 밝은 뉴스와 어두운 뉴스로 극명히 갈린다.
김경준, 에리카 김 씨 남매가 어지러운 뉴스를 쏟아 내는 한편에선 주류 사회에서 촉망받는 한인 2세의 소식이 이어진다. 워싱턴의 교육개혁을 이끌고 있는 미셸 리 교육감, 연방 법무부 차관보에 오른 그레이스 정 베커 씨 등이 그들이다. 30대 후반∼40대 초중반인 이들은 1960, 70년대에 이민 온 부모의 헌신 속에서 성장한 뒤 아이비리그를 나온 엘리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님은 정말 열심히 일하셨다. 자식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과 기회를 주기 위해 감수하신 그 모든 희생에 한없이 고개가 숙여진다.”(베커 차관보·본보 인터뷰)
“하루에 16∼18시간씩 일하는 부모를 보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서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김경준·1999년 한 주간지 인터뷰)
하지만 이들의 졸업 후 행로는 대비된다.
코넬대를 졸업한 김경준 남매가 한국을 상대로 돈을 벌며 베벌리힐스에 집을 사는 동안 같은 대학 출신인 미셸 리는 공교육 개혁의 꿈을 안고 빈민가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쳤다.
연방정부에서 소수계 차별 문제 등을 다뤄 온 베커 차관보는 돈을 많이 벌 기회를 놓쳐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지금도 우리 애들에겐 충분한 음식과 편안한 집이 있고, 장난감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가족들의 반응도 차이가 큰 것 같다.
“내 아들은 순진하고 악의가 없는 아이다.” “모든 게 억울하다. 약자를 돕는 공정한 판결을 바랐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김경준의 모친·지난달 언론에)
“딸이 좋은 직장 갖기를 바란 게 사실이지만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도 워싱턴으로 간다니 걱정이 앞선다.”(미셸 리의 모친·교육감 임명 직후)
이기홍 워싱턴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