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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빈민가 어린이들로 구성 ‘지라니 합창단’ 내한공연

입력 | 2007-12-06 02:56:00


“노래 부르니 희망이 오네요”

소매 끝에 케냐 전통 문양이 그려진 의상을 입은 35명의 어린이가 줄 지어 무대로 나왔다. 이어 라우렌스 온양고(14) 군이 케냐 전통 북인 ‘잠베’를 “두둥둥둥”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케냐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까만 피부의 아이들은 케냐 민요인 ‘잠보송’(안녕, 케냐)을 부르며 흥겨운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발을 굴렀다. 팔은 하늘을 향해 올렸다가 땅을 어루만지듯 아래로 내려 흔들었다.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온누리교회 사랑의 성전에 모인 2000여 명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이들은 케냐 지라니 어린이합창단원이다.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에 사는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은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지원으로 지난해 7월부터 나이로비 고로고초(스와힐리어로 ‘쓰레기장’) 지역의 작은 교회 교육관에서 공연 준비를 해 왔다.

▶6월 4일자 A30면 참조

▶ 케냐에 울린 희망의 도라지타령

나무 기둥을 세우고 철판으로 사방을 막아 놓은 형태의 교육관은 해만 뜨면 찜질방처럼 달궈졌다. 83명의 합창단원들이 엉덩이를 붙여 앉으면 움직일 틈도 없는 교육관은 쓰레기 냄새까지 스멀스멀 새어 들어왔다. 그래도 아이들은 방과 후 곧장 교육관으로 달려왔다.

아이들은 처음엔 간식으로 제공되는 케냐식 도넛 ‘만다지’를 먹기 위해 왔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정규과목에는 음악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도레미’ 기본 음정도 몰랐다. 당연히 노래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렇던 아이들이 달라졌다. 6개월여가 흐르자 아이들은 친구의 음정이 틀리면 쿡 찌르며 지적하는 정도가 됐다. 달라진 것은 노래만이 아니었다. 희망을 갖게 됐다.

공연에서 프로 댄서 못지않은 실력을 선보인 마거릿 벨라 오두올(15) 양은 ‘패션모델’을 꿈꾸게 됐다. 마거릿 양은 “지난해 12월 나이로비 국립극장에서 창단 공연을 한 뒤 어느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 가운데 400여 명은 공연이 끝난 뒤 합창단을 비롯한 제3세계 어린이들에 대한 후원을 약속했다.

합창단은 올해 말까지 전국 8개 도시에서 20여 차례 공연을 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