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가는 김 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경준 씨(오른쪽)가 19일 0시 12분경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양팔이 포승으로 묶이고, 손에 수갑을 찬 김 씨는 16, 17일과는 달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원대연기자
■ 구속영장에 드러난 김경준 혐의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가 19일 구속 수감되면서 검찰은 김 씨 수사의 1차 관문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앞으로 검찰은 김 씨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검찰은 16일 오후 8시경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김 씨를 상대로 이틀 동안 수면이나 식사시간 등을 제외하고 10여 시간밖에 조사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김 씨의 구속영장에 적힌 혐의는 2004년 1월 한국 법무부가 미국 측에 김 씨의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때의 혐의와 같다.
우선 창투사인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자본금을 주가조작으로 늘린 뒤 이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가 대표적이다. 2000년 7월∼2001년 12월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회사돈 384억 원을 22차례에 걸쳐 빼돌렸다는 것이다. 50억 원 이상의 돈을 횡령한 김 씨는 유죄가 확정되면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회사돈을 빼돌리기에 앞서 김 씨는 2000년 12월∼2001년 11월 이 후보와 함께 세운 LKe뱅크, 자신이 설립한 투자자문회사 BBK의 법인계좌 등을 이용해 외국인 투자를 하는 것처럼 속여 주가를 4배 이상 부풀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또한 김 씨는 위조가 까다로운 미국 여권이나 미국 주 정부의 공문서를 위조해 한국의 공공기관에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도 있다.
그는 외국인이 투자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미국 여권 7장을 위조해 가공의 인물을 내세웠으며, 미국 네바다 주 법인설립인가서 19장도 위조했다. 특히 1999년 12월 사망한 동생 영모 씨의 미국명인 ‘스콧 김’ 명의의 여권을 위조해 한국을 여러 차례 드나들었다.
▽실질심사 왜 포기했나=김 씨는 17일 오후 11시 40분경 구속영장이 청구될 당시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가 1시간 20분이 지난 18일 오전 1시 갑자기 실질심사 철회서를 법원에 냈다.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기자
법조계에서는 구속 전 마지막 불복 절차인 실질심사를 김 씨가 돌연 포기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재경지검의 한 중견간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켰거나 검찰이나 변호인 측이 설득한 결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자신의 구속 면제보다는 이 후보의 연루 의혹을 강조하기 위해 귀국한 김 씨가 수사에 적극 협조해 자신의 논리를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수사 일정이 빠듯한 검찰이 김 씨를 적극적으로 설득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수사 전망=검찰은 앞으로 최대 20일 동안 김 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한 뒤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산술적으로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13일 남겨둔 다음 달 6일이 기소 시한인 셈이다.
그러나 검찰이 김 씨의 범죄 혐의가 아닌 김 씨와 이 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해선 언제 결론을 내릴지는 불투명하다. 검찰은 “최대한 신속히 수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범여권 등에선 이 후보의 기소 여부를 대통령후보 등록일(25, 26일) 전에 결정하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후보 등록일이 지나면 정당이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김경준 씨 구속영장 혐의
■증권거래법 위반
2000년 12월∼2001년 11월 LKe뱅크 등의 증권계좌 38개를 동원해 옵셔널벤처스 주식에 대해 허수 주문 몰리게 해 시세 조종하고 김 씨 스스로 옵셔널벤처스 회사돈 인출해 주식 사들이면서도 마치 외국계 펀드가 30억 원가량 투자하는 것처럼 거짓 공시한 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2000년 7월부터 2001년 12월 창투사인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22차례에 걸쳐 회사돈 384억 원을 빼돌린 혐의.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2001년 5∼12월 미국 여권 7장과 미국 네바다 주 명의 법인설립인가서 19장을 위조해 중소기업청과 금융감독원 등에 외국인투자등록증 발급용 서류로 제출한 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