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독일에서 광원과 간호사로 일했던 독일 교포들이 22일 밤 경북지사 공관 마당에서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1967년 베트남전에 2년간 참전한 뒤 곧장 독일로 가서 루르 지역 탄광에서 막장일을 했습니다. 젊은 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일만 했습니다.”
22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지사 공관 마당에서 열린 ‘독일 파견 광원, 간호사 초청 행사’에서 독일 영남향우회 김승하(62·레버쿠젠 한인회장) 회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제 2세들이 독일 사회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독일 교포 40명은 1960년대 한국 정부가 파견했던 광원과 간호사들.
김관용 경북지사는 6월 독일에서 투자유치 활동을 하던 중 만난 영남지역 출신 교포들에게서 “이제 당당한 모습으로 고향을 방문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이 행사를 마련했다.
1963년부터 15년간 독일에 건너간 한국인 광원과 간호사는 2만여 명. 한국 정부는 이들의 월급을 담보로 독일 정부에서 돈을 빌려 경제 개발에 쓸 ‘종자돈’을 마련했다.
이날 교포들은 “이제 독일에 정착했지만, 설움과 눈물의 세월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입을 모았다.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한 교포는 “말이 간호사였지 당시에는 병들어 숨진 사람들의 시신을 소독하는 일을 했다”면서 “하루 종일 시신을 닦으면서도 ‘한국이 가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교포는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면서도 대부분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국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중견기업독일연합회 서성빈(61·프랑크푸르트 거주) 회장은 “이를 물고 지하 2000m 막장에서 석탄을 캐던 심정으로 평생을 일했다”며 “지금 한국의 경제 발전에는 독일 광원과 간호사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있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포들은 26일까지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구미국가산업단지, 문경의 석탄박물관, 포스코, 울산 현대중공업 등을 둘러본 뒤 독일로 돌아간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