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을 띄우기 위해 아파트 단지 이름을 최신 브랜드로 바꾸는 추세와 달리 기존 이름을 고집하는 관록의 아파트 단지도 있다.
단지 이름이 고급 주거촌의 상징이 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단지가 대표적 사례다.
1970년대 정부의 강남 개발정책으로 강북의 부자들이 옮겨와 형성된 이곳은 1979년 입주를 시작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모두 14차에 걸쳐 분양한 이 단지는 총 6200채가 들어서 보기 드문 ‘단일 브랜드 아파트촌’을 이루고 있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 단지별로 건설 시기와 지역에 따라 신(新)현대, 구(舊)현대, 성수현대, 신사현대 등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2004년부터는 단지 스스로 기존 네 가지 이름을 버리고 ‘현대1차’, ‘현대2차’ 식으로 명칭을 통일했다.
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이곳 입주민들은 ‘압구정 현대’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입주자들이 뭉쳐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명칭을 ‘현대’로 통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현대아파트 단지들이 대부분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나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와 같은 새 브랜드로 바꾸려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압구정 한양아파트(2729채)와 청담동 진흥아파트(630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아파트는 그동안 건설사가 경영이 어려워 은행 관리에 들어가는 등 회사의 이름값이 떨어졌는데도 아파트 이름만은 바꾸지 않았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鮮京)아파트는 건설사 이름이 변경됐는데도 아파트 이름을 지켜 낸 사례다. 1982년 선경종합건설이 지은 이 아파트는 1997년 SK건설로 회사명이 바뀌었지만 ‘鮮京’이라는 한자 이름과 연한 갈색의 단지 색깔도 25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역명을 아파트 이름에서 빼지 않으려는 단지도 있다. 양천구 목동 10단지는 ‘목동’ 명패만 달고 있을 뿐 행정구역은 양천구 신정동이다. 주민들은 ‘목동’의 브랜드 가치를 차용하기 위해 현재 이름을 그대로 쓰길 원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목동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리모델링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