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의 오찬회동에서 2007 남북 정상회담을 주제로 환담하며 활짝 웃고있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매개로 9일 다시 만났다. 지난해 11월 ‘김대중 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오찬을 한 지 11개월여 만이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도착할 때 본관 현관 바깥까지 나가 김 전 대통령을 깍듯이 맞았다.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대북 송금에 관여했다가 현 정부에서 옥고를 치른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김 전 대통령 퇴임 이후 4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김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를 찾았다.
오찬을 겸한 대화는 1시간 3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육로 방북과 평양 시내 모습 등을 화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이 평양 시내 유경호텔의 층수를 묻자 노 대통령은 “105층”이라고 답했고,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통 큰 짓을 했구먼”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내가 갔을 때는 밤에 아주 깜깜했지만 요새는 전깃불이 많이 들어온다는데…”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불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특별히 켰는지, 일상적인 것인지 궁금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은 “특별히 켤 힘이라도 있는 것은 조금 나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찬 말미에 “1차 정상회담 때 뿌린 씨앗이 크게 성장했다. 노 대통령이 재임 중 큰 업적을 남겼다”고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길을 열어 줘 그 길을 이어 가려 했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거론하자 김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절묘하고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와 동교동 측은 “국내 정치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파행을 거듭하는 등 범여권의 대선 구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사실상 범여권의 ‘양대 주주’인 두 사람이 무기력한 범여권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추론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전에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하려 했으나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등으로 일정이 맞지 않아 뒤늦게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만 초청했다. 앞으로도 다른 전직 대통령을 초청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을 차례로 청와대로 초청해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