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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꼬마 혼자 오솔길 촐랑촐랑”…‘숲 속의 그 녀석’

입력 | 2007-09-08 02:59:00


◇ 숲 속의 그 녀석/피에르 들뤼에 글·마르틴 부르 그림·염미희 옮김/32쪽·7500원·문학동네(3∼7세용)

○ 어느 날 숲 속에 꼬마가 나타났어

이런, 어쩐지 평범하게 시작되는 이야기. 숲 속 오솔길을 아이 혼자 타박타박 걸어가다니, 좀 뻔하지 않아? 혼자 있는 아이는 당연히 숲 속 못된 짐승들의 먹잇감이지. 게다가 이 조그만 아이, 그 유명한 빨간 두건 아이처럼 연두색 두건을 썼잖아. 늑대에게 잡아먹힌 선배 두건처럼 이 녀석의 앞날도 비슷할 테지. 그런데 이 아이, 표정은 꽤 야무지군.

○ 그 녀석을 따라가는 오소리를 따라가는 여우를 따라가는…

역시, 오소리가 찍었잖아! “여태껏 꼬마는 맛본 적이 없으니 저 녀석을 꼭 잡아먹어야겠어.” 오소리는 녀석을 살금살금 따라갔대. 그래서 꿀꺽 먹었느냐고? 아니, 얘기가 좀 길어지겠는데. 게다가 여우가 찍었거든. “가만있자, 오소리도 있잖아. 좋아! 먼저 오소리를 먹고, 그 다음에 꼬마 녀석을 먹는 거야.” 어어, 그리고 늑대가 따라가네, 그리고 그 뒤엔 곰이…. 가만있어 봐. 이거 꽤 길잖아. 곰은 그 녀석을 따라가는 오소리를 따라가는 여우를 따라가는 늑대를 따라갔지. 흠, 따라 읽다 보니 어쩐지 노래가 나올 것 같은데. 그림 예쁘다. 골판지랑 헝겊이랑 털실이랑 나뭇잎으로 만들었네.

○ “으악!”후다닥!

자, 이제 네가 따라 할 차례야. 두건 아이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발걸음을 딱 멈췄거든. 하늘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봤지. 너도 녀석처럼 해보면 재미있겠다. 오른쪽을 한 번 보고, 왼쪽을 한 번 보고. 아무 것도 없지!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등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지 뭐야. 바로 그때 그 녀석이 홱! 뒤돌아섰고, 오소리랑 눈이 딱 마주쳤지 뭐야. “으악! 오소리다!” 소리 지르곤 다리 사이로 후다닥 빠져나갔지. 한번 뿐이었겠어? “으악! 여우다!” “으악! 늑대다!” “으악! 곰이다!”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두건 아이만 도망쳤겠어? 오소리도 홱! 뒤돌아섰는데 여우가 있는 거야. 곧장 내빼 버렸지. 여우가 또 돌아서선 늑대를 보고 잽싸게 도망치고, 늑대는 곰을 보곤 후다닥 달아나고. 곰도 덩달아 뒤돌아봤겠지. 그렇지만 아무도 없지 뭐야. 곰은 외톨이가 돼버렸다고. 그러는 동안 두건 아이는 뛰고, 뛰고, 또 뛰었대. 이게 끝이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책은 끝났지만 또 얘기를 이어갈 수도 있거든. 숲 속을 가다가 이번엔 멧돼지가 따라가고, 악어가 따라가고, 다시 오소리가 따라가고….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