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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큰집사면 기업 주가 뚝”

입력 | 2007-09-06 03:02:00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자녀가 사망하면 기업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CEO가 대저택을 구입하거나 신상에 변화가 생겼을 때 나타날 수익률 차이는?

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재계와 금융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CEO의 삶과 기업 실적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CEO 한 사람의 판단이 갖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만큼 CEO 개인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경마에 돈을 걸기 전에 말을 살피는 것’처럼 중요해졌다는 것.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로 CEO의 개인정보에 접근하기도 쉬워졌다.

최근 미국과 덴마크 학자들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CEO의 아이가 죽었을 때 기업 수익은 2년 내 20% 이상 감소했다. 죽은 자녀가 외동이거나 나이가 어릴 경우 수익 감소가 더 컸다. 배우자의 사망은 14.7%, 그 외의 가족이 사망했을 때는 9.4%의 수익률 감소로 연결됐다.

팬스테이트대의 교수 2명은 최근 CEO의 ‘자기도취증(나르시시즘)’과 실적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언론에 나온 사진 크기나 자세,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언급한 내용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자기도취 수준이 높은 리더일수록 수익의 등락이 심했다.

대저택이나 별장 구입도 영향을 미쳤다. CEO가 930m² 이상의 저택을 사들인 경우 이후 3년간의 주가가 증시 평균보다 25%나 떨어졌다. 뉴욕대와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들이 2004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매매와 주가 움직임 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다.

한 예로 힐턴호텔그룹의 경우 스티븐 볼렌바흐 CEO가 1997년 로스앤젤레스에 1189m² 규모의 집을 산 뒤 주가가 70% 하락했다. S&P 500지수가 75% 오른 시점이었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주변 환경의 변화가 CEO의 업무 시간과 집중도를 낮추고 관심사를 흩뜨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전망을 위해 CEO의 사생활을 ‘정치인이나 연예인 수준으로’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1997년 타임워너 CEO로 재직 당시 아들이 살해되는 아픔을 겪었던 리처드 레빈 씨는 “당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복귀 이후 하루에 25시간씩 일하다시피 했다”며 개인사보다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가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