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보험(Kidnap and Ransom insurance)’을 아십니까?
선진국에서는 중동과 남미, 아프리카 같은 위험 국가에 파견되는 직원이나 납치범들의 표적이 되기 쉬운 부유층과 대기업 간부 등을 상대로 이미 일반화된 보험 상품이다.
납치나 테러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K&R 보험’이라고 불리는 납치보험은 글로벌 기업의 증가에 힘입어 2001년 9·11테러 이후 급성장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일반에게는 다소 낯선 영국계 히스콕스사가 납치보험 분야를 특화해 전 세계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AIG나 인슈어캐스트, e글로벌보험, 블랙폭스, 영국의 로이드 등도 납치보험 상품을 다룬다.
납치보험에 가입하면 △납치 시 몸값(혹은 사망 시 보험금) △협상전문가 고용비 △통역비 △납치 과정에서 입은 부상 치료비 △정신적 충격 완화를 위한 심리 상담료 △납치 기간에 입은 재산 및 연봉 손실 등을 보상받는다.
보험료나 보험금 규모는 분쟁지역의 역사와 성격, 납치 빈도 등에 따라 다르다. 글로벌 대기업은 1인당 연간 5만 달러의 보험료에 최대 2500만 달러까지 보상금을 받도록 설계된 상품이 있다. 보상금이 1억 달러 안팎인 것도 있다.
지난해 8월 이코노미스트는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최소 60%가 납치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보험금을 노린 납치범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보험 가입 여부는 비밀에 부치고 있다.
상당수 보험사는 납치사건 전문 컨설팅그룹이나 경호회사와 연계돼 있다. 이런 회사에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전문가로 참여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