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인질 19명의 전원 석방 합의설이 제기되는 등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였던 석방 교섭에 긍정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프간 현지 통신사인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는 26일 한국과 탈레반이 인질 전원 석방에 합의했다는 전날 보도와 관련해 “기술적인 문제로 합의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양측은 합의 내용을 최종적으로 다듬고 있는 중이라고 믿을 만한 소식통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 통신사의 샤라파트 야쿠브 편집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믿을 만한 소식통에 알아본 결과 석방 시점은 내일이 될 수도, 모레가 될 수도 있다”며 “신의 뜻에 달려 있지만 며칠 안에 모두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AIP는 25일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과 한국 당국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한국인 인질 19명의 석방에 합의했으며 한국과 사우디 당국자들이 26일 합의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었다.
AIP는 합의 내용에 대해 “한국군이 아프간에서 몇 주일 안에 철군하고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아프간에 와 있는 한국인들도 돌아갈 것이며 탈레반은 이에 대한 대가로 인질들을 풀어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전했다.
이와 별도로 가즈니 주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은 25일 교도통신과의 통화에서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한국인 인질에 대해 조만간 결단을 내리고 이를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아사히신문은 26일 인터넷판에서 인질 석방 교섭에 참여한 아프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인질 1명당 1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면서 “탈레반이 몸값을 통한 해결로 전술을 전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AIP의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협상이) 속도가 올라가고 있는 국면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곳에서 (피랍자 석방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결과가 조만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동을 방문 중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을 예방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친서에서 사우디가 이번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는 과거 탈레반 정권을 외교적으로 승인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