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마타(水오) 시는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에 있는 인구 3만 명의 아담한 항구도시다. 이 도시 이름이 낯설지 않다면, 아마 1950년 처음 보고된 ‘이타이이타이병’과 더불어 공해병의 대명사가 된 ‘미나마타병’ 때문일 것이다.
공해물질을 연안으로 흘려보내 어패류를 오염시키고 수많은 주민을 죽음으로 내몬 화학업체 ‘짓소’의 공장도 여전히 가동 중이다. 지금은 아세트알데히드 대신 액정(液晶) 재료를 주로 생산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짓소는 미나마타병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1978년 이후 구마모토 현에 1600억 엔에 이르는 빚을 졌다. 액정TV 시장이 고속성장하면서 경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빚을 다 갚으려면 적어도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한다.
흔히 공해라고 하면 거대 공업도시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JP모건증권의 마스다 에쓰스케(增田悅佐)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균형발전이 왜곡한 일본경제’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구마모토 현의 미나마타병, 니가타(新潟) 현의 제2 미나마타병, 도야마(富山) 현의 이타이이타이병은 모두 너무 큰 제조업체를 유치한 작은 지역공동체에서 나타났다는 특징이 있다.”
한 기업이 지역경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감히 제재나 감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겨나기 쉽다는 분석이다. 마스다 씨에 따르면 균형발전론의 부작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1990년대 일본이 겪은 극심한 불황은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건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죽이기의 부산물이었다고 그는 단언한다.
이 같은 지적이 줄을 잇자 일본 정부는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균형발전’ 이데올로기를 폐기하고 ‘도쿄의 경쟁력 키우기’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한편 몰개성적인 대도시 베끼기를 버리고 새로운 발전전략을 모색하려는 지방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예가 미나마타 시의 쓰라린 경험에서 싹튼 ‘지모토(地元·지방 또는 고장이라는 뜻)학’이다. 지모토학의 뼈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을 직접 걸으면서 자연과 식생활 등 고유의 재산을 재발견하라. 둘째, 도쿄 등 대도시의 가치관에서 벗어나라. 셋째, 없는 것을 달라고 조르지 말고 있는 것을 활용하라.’
이렇게 발상을 바꾸고 보니 공해도시로 낙인찍혔던 미나마타 시도 자산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민-관-산(民-官-産)이 한몸이 되어 ‘환경 모델도시 만들기’에 매진한 결과 미나마타 시는 10개 민간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환경수도(首都) 콘테스트’에서 2004, 2005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애정을 갖고 보니 입는 것, 먹는 것 하나도 소중한 문화 자산이었다. 40가구가 사는 가구메이시(頭石)는 동네 전체를 생활박물관으로 만들어 2005년 농림수산성의 ‘마을 만들기’ 최우수사례에 선정됐다. 이처럼 성과가 나타나면서 지모토학은 최근 미나마타 시의 경계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3일 제주에서 열린 경영자포럼에서 “수도권은 비워서 살리고 지방은 채워서 살리겠다”며 균형발전정책을 ‘군불’에 비유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지방에 필요한 것은 군불이 아니라 밥 짓는 불이라는 사실을 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공장과 공공기관만을 불쏘시개라고 생각하는 것도 상상력 결핍이다. 자연, 역사, 문화는 물론 심지어 부정적 이미지조차도 훌륭한 ‘땔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미나마타 시가 웅변하고 있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