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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측 “김대업식 수사 우려에 취소 권유”

입력 | 2007-07-12 03:00:00

광주 양동시장 찾아간 이명박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1일 광주 양동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둘러보던 중 한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광주=신원건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11일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유했으나 정작 김 씨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일단 거부하고 나섰다.

김 씨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공개 사과하면 고소를 취소하겠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박 전 대표 측이 사과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이 전 시장 측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잇달아 대책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당명(黨命)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소인 측에게 고소를 취소하도록 권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선대위원장은 “관련 의혹 해소에 자신이 있는 만큼 캠프 내부에서 고소 취소 반대 의사가 상당히 강했다”며 “그러나 이번 명예훼손 사건도 조기 종결되지 않을 것이고 2002년 대선 패배를 가져온 ‘김대업식 수사’로 진행될 것이 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날 오후 3시경 변호인인 김용철 변호사를 통해 “피고소인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고소를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전 시장 측의 권유를 일단 거부했다. 이날 김 씨는 “내가 매부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광주를 방문하다 소식을 접한 뒤 “캠프에서 권유하면 취소할 줄 알았는데…”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캠프의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찬반론이 극명히 엇갈렸던 캠프에는 내홍(內訌) 조짐마저 일고 있다. 특히 취소 반대론자들은 ‘그것 봐라’ 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는데 왜 취소를 권유했다가 이런 상황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박 선대위원장 등 찬성론자들을 겨냥했다.

이 전 시장 측에 고소 취소를 권유한 당 지도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나경원 대변인은 “당내 문제가 당 외로 넘겨진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 측은 당 지도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김 씨가 캠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고소 취소를 거부해 김 씨의 고소가 이 전 시장 측과 무관하게 이루어졌으며 더 나아가 김 씨의 재산과 이 전 시장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김 씨가 일단 이 전 시장 캠프의 결정을 거부해 명분을 쌓은 뒤 며칠 시간을 번 다음 이 전 시장 측의 간곡한 호소에 따라 고소를 취소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원건 기자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朴측 “짜고치기 수법… 사과할 이유 없다”▼


김동주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11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인 김재정 씨가 이 전 시장 진영의 고소 취소 요구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의 사과를 전제로 받아들이겠다며 사실상 거부하자 ‘짜고 치는 수법’이라며 사과 요구를 거절했다.

박 전 대표 측은 고소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이 전 시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이혜훈 공동대변인은 이날 “뭔가 두려워서 급하게 고소를 취소한다는 모양새를 피해 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보기에 참 딱하다”며 “우리 캠프 인사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언급한 이상 김 씨에게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공동대변인도 “검찰 수사를 통해 이 전 시장 일가의 부동산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원한다”며 “고소 취소 논란 과정을 보면 당 지도부는 고소 취소를 요구하고, 이 전 시장 측은 취소를 결정하고, 김 씨는 못하겠다고 해 마치 김 씨가 독자적으로 고소한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가 짙다”고 주장했다.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매각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의 개입 여부 △도곡동 땅 매각 대금에 대한 자금 흐름 △투자자문사 BBK 사기 사건 연루 의혹 △이 전 시장의 처남과 형이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와 이 전 시장의 관계 등에 대한 이 전 시장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김 씨의 고소 취소 권유 거부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일단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재섭 대표는 김 씨의 고소 취소 거부에 대해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