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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박지웅]스마트 플라스틱이 만드는 세상

입력 | 2007-06-11 03:04:00


환경오염이나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엔 항상 플라스틱이 등장한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그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주변의 물건이나 기구를 둘러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전자제품 사무기기 자동차 컴퓨터 옷 휴대전화 안경 콘택트렌즈 주사기 튜브 인공장기….

플라스틱이 없는 현대의 인간 생활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20세기 중반부터 석유를 원료로 하는 합성 고분자 과학의 발달로 플라스틱은 의복 생활용품 건축자재 등 범용 소재뿐만 아니라 전자 기계 생명 공학 등의 분야에서 필수적인 특수 소재로 사용된다.

일반인에겐 덜 익숙하지만 화학적 특징을 더 반영하는 용어를 쓰자면 플라스틱은 고분자 물질이다. 고분자는 말 그대로 많은 수의 작은 분자가 화학적으로 연결돼 만들어진 큰 분자를 일컫는다. 의복이나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인 합성 고분자뿐만 아니라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이나 DNA도 고분자이다. 뼈는 고분자와 무기물질이 적절하게 조합된 고분자와 무기물의 복합재료이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고분자는 복잡하지만 구조가 정확하게 제어돼 요소요소에서 적합한 구조와 기능을 한다. 또 외부의 자극과 감염, 기후 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 고분자 화학자들은 생체 고분자의 기능을 닮은 고분자를 인공적으로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현재는 외부에서 전기장을 걸어 주거나 빛을 받거나 온도 또는 산도를 바꿔 주면 모양이나 부피, 색깔, 전도도 등 성질이 변하는 고분자를 조금씩 만들어 낼 정도다. 이런 고분자 재료를 스마트 고분자라 한다. 외부의 물리적, 화학적 자극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기능이 있으니 꼭 지능이 있는 것 같다 하여 때론 지능형 고분자라 부른다.

스마트 고분자는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미국의 재료학회에 참가했을 때 학회가 주관한 패션쇼를 봤다. 휴대 전자 제품을 작동시키는 태양전지 옷, 긴 치마로 늘릴 수 있는 미니스커트, 분위기에 따라 무늬와 색깔을 변화시키는 옷 등 흥미 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는 항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군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평시에는 부드럽지만 힘이나 스피드가 요구될 때는 보조운동기구로, 지혈이 필요할 때는 압박붕대가 될 수 있는 군복을 만들고 싶어 한다. 스마트 고분자가 이런 군복을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 고분자는 의료용으로 더욱더 진가를 발휘한다. 휴대용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작은 플라스틱 소자, 암세포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고 약을 전달할 수 있는 약제용 재료, 손실된 조직이 재생하도록 도와주는 고분자 재료 등 무궁무진하다. 빛을 내는 벽지를 바르고 접을 수 있는 TV를 볼 수도 있다.

미래의 플라스틱에도 여전히 환경오염 딱지가 붙어 다닐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는 더욱 분해가 잘되는 기능을 갖거나, 간단하고 저렴한 비용의 공정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고분자를 개발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고분자를 이용해 오염된 물을 정수하고, 고성능의 수소전지와 태양전지를 만들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21세기가 채 가기 전에 스마트 플라스틱이 현재의 스마트하지 않은 플라스틱만큼 인간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는다고 예측한다. 필자도 고분자 재료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세기의 플라스틱이 인간 생활에 가져온 편리함만큼 미래에도 플라스틱이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바란다.

박지웅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신소재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