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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한 등치기’만 하려는 北과 정상회담한들…

입력 | 2007-06-01 22:47:00


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나흘 내내 쌀 40만 t 차관 제공 문제로 입씨름만 벌이다 성과 없이 어제 끝났다. 한 번 개최에 3억6000만 원이나 드는 회담이 완전히 ‘쌀 회담’으로 변질돼 다른 의제들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회담을 3개월마다 꼭 해야 하나 의문이 들 정도다.

회담을 경제 지원이나 받아 내는 통로로 여기는 북한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그동안 줄 것 다 주면서도 비굴할 만큼 저자세를 보여 온 우리 측의 책임도 크다. 남북이 서로 필요해서 여는 회담이라면 동등한 위치에서 성의를 다해야 한다. 북이 회담에 나와 준 것만도 고맙다는 식으로는 생산적이고 지속 가능한 남북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북부터 핵 폐기를 위한 2·13합의 이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 북이 핵시설 폐쇄에 착수하면 미국은 2500만 달러 송금 문제 해결을 책임지고 중유 5만 t까지 먼저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제의마저 거부한 것은 핵 폐기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태도 변화에 따라서는 다른 지원도 받을 수 있을 텐데 북이 왜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정부는 북이 어떤 협박을 하더라도 쌀 차관 제공을 2·13합의 이행과 병행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의 버릇만 더 나쁘게 만들고, 핵문제 해결에 요긴한 지렛대까지 잃게 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이 북의 행동을 충분히 읽지 못해 실수했다”고 말한 것이나,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1718호 이행에 착수한 의미를 정부는 바로 읽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제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북핵 폐기와 연계되지 않은 정략적인 정상회담 추진은 북핵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대선 정국에 불필요한 혼란과 분열만 초래할 수 있다.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게 북을 대하지 않으면 비정상적이고 비대칭적인 남북관계만 고착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