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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와대 前비서실장이 좌장인 대통령 평가포럼

입력 | 2007-04-17 23:30:00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좌장(座長)으로 ‘참여정부 평가포럼’이라는 모임을 내주에 결성할 모양이다. “참여정부의 정책 성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어서”라고 한다. 내세울 만한 성과가 얼마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평가는 기본적으로 제3자, 곧 국민이 하는 것이다. 정권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임기 중에 정권의 공과(功過)를 제 손으로 평가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코미디다.

포럼에는 안희정 씨, 천호선 전 의전비서관, 김만수 전 대변인 등 핵심 측근과 현 정권에서 장관, 대통령비서관, 공기업 임원을 지낸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이 정권에 몸담았던 인물을 총동원해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미화(美化)작업에 대대적으로 나서겠다는 얘기다. 겸허함도 부끄러움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동안의 실정(失政)에 대해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자화자찬극(劇)을 펼치기 전에 국가정체성의 표류, 사회적 갈등,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 등 지난 4년 동안 나라를 분열과 비효율의 늪으로 밀어 넣은 데 대해 통렬한 반성부터 해야 옳다.

이 모임을 통해 노 대통령의 ‘친위부대’로서 올해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정치적 저의도 감지된다. 노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활동을 위한 준비모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기 말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대선에 개입하면 선거 정국에 분란만 일으킬 뿐이다.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국정에 실패한 ‘노무현 식 실험’은 지금까지로 족하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의 고향 지역에 ‘노무현 기념도서관’을 짓겠다는 청와대의 계획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측이 김해 소재 사립대학인 인제대 측에 예산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기록문화의 발전은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 왕조(王朝) 시절 지방 수령들이 민초들을 쥐어짜 세운 선정비가 오늘날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데서 배우는 바도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기념관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