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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10여개 핵심쟁점 빅딜…쌀-車 최대관건

입력 | 2007-03-26 02:56:0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마지막 협상인 통상장관급 회담을 이끌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오른쪽)가 25일 웬디 커틀러 한미 FTA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다.’

한국과 미국이 26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통상장관급 회담을 열고 ‘최종 담판’을 벌인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통상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농업 및 섬유 분야 고위급 협상도 함께 진행된다.

이번 회담에서 주요 쟁점 간 ‘빅 딜(주고받기)’이 성공하면 지난해 2월 3일 협상 개시 선언 이후 1년 넘게 걸린 한미 FTA 협상은 마무리된다.

○ “이익의 균형 여부 따라 체결 결정”

이번 협상은 모든 쟁점이 처리될 때까지 계속되는 ‘끝장 토론’ 방식. 이젠 더 미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의 효력이 끝나는 시점인 31일 오전 7시(한국 시간)가 협상 시한이다. 그러나 양국 대표단이 본국에 협상 내용을 보고하고 타결을 승인받아야 하는 만큼 30일 중 타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타결 의지가 굳지만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면 31일 새벽까지 밤샘협상이 계속되거나 아예 결렬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통상장관급 회담에 앞서 미국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이 생각보다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FTA를 체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김종훈 한국 측 협상단 수석대표는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다룰 쟁점이 10개 정도 되지만 핵심 쟁점만 풀리면 나머지 쟁점은 연쇄 타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힘든 자동차나 농업 분야만 풀리면 나머지 쟁점은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 농업-자동차, ‘불꽃 협상’ 예상

농업 분야에서 미국은 쌀 시장 개방을 정식으로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김현종 본부장은 24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쌀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또 양국은 쇠고기 등 270∼280개 품목에 대한 관세 폐지안을 아직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국제공통품목분류표에 따른 것으로 가짓수로 치면 남은 품목은 쇠고기, 오렌지, 닭고기, 돼지고기 등 20여 가지다.

사실상 ‘협상용’으로 여겨지는 쌀 시장 개방 요구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난제(難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뼈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이 가능하도록 검역조건을 협상 시한 내에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쇠고기 관세(40%)는 ‘현행 유지’에서 한발 물러서더라도 검역기준은 광우병 통제국 등급판정이 나올 5월 말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후 정하자는 쪽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국은 협상 시한을 일주일도 남겨 두지 않은 가운데 자국의 관세를 없애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협상단 관계자는 “자동차 분야는 양국이 동시에 공격과 방어를 하고 있어 막판이 돼서야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역구제(반덤핑 관련 조치 등)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 등은 일단 접어두거나 추후 적절한 시점에 협의하도록 하는 ‘빌트인(built-in)’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한미 FTA, 타결보다 관리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타결이 한국 경제에 불러올 업종별 명암을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 철강 섬유 부품소재 산업에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기계 화학 등의 업종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 마지막 협상 두 주역에 관심

이번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한판 대결’을 벌이는 김현종 본부장과 바티아 부대표에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 협상을 조율한 ‘감독’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전면에 나서 ‘정면대결’을 벌이게 됐다.

둘은 미 컬럼비아대 법대 동문. 이 밖에도 비(非)관료 출신으로 변호사와 대학교수를 거쳐 뒤늦게 공직에 진출했다는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공통점은 일단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현지 로펌에서 일하다 1995년 외교부 통상자문변호사를 맡으면서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통상 현안 보고 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눈에 들어 2003년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발탁됐다.

바티아 부대표는 미 프린스턴대와 영국 런던정경대,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엘리트로, 국제항공·국방 관련 변호사로 활약하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 상무부 부차관, 교통부 차관보를 거쳐 USTR에 입성했다. 인도계 미국인으로서는 현 미국 행정부에서 최고위직이다.

바티아 부대표는 2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한미 양국이 서로 이익을 보는 파트너십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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