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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요커]“집 사줄게… 대신 자유는 없어”

입력 | 2007-03-19 03:00:00


터프츠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나타샤 아그라왈(25·여) 씨는 최근 브루클린의 침실 두 개짜리 아파트를 90만 달러(약 8억5500만 원)에 계약했다.

계약할 때 먼저 9만 달러를 낸 뒤 매달 일정금액의 모기지 이자를 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9만 달러 중 그가 부담한 금액은 1만8000달러. 나머지는 그의 아버지가 냈다. 모기지 이자도 아직까지는 그의 아버지가 대부분 부담한다.

미국에서도 부모가 자녀의 대학 학비를 부담하기는 하지만 직장까지 있는 성인 자녀가 집을 사는 것을 도와주는 부모는 흔치 않다.

그러나 최근 뉴욕을 중심으로 집을 살 때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성인 남녀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아그라왈 씨가 입주하는 브루클린의 아파트는 젊은층이 선호하는 신축 아파트. 이 아파트 전체 가구의 10%가 장성한 자녀들에게 집을 사주는 ‘부모’들에게 팔렸다.

젊은 뉴요커들이 성인이 돼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지난 10년간 뉴욕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했기 때문.

10년 전만 해도 뉴욕에서 침실 1개짜리 아파트는 15만 달러(1억4000만원) 안팎에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가격의 4배를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 두둑한 보너스를 받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혼자 힘으로 아파트를 사는 게 어려워졌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파트를 살 때 부모에게 손을 벌리면서 이에 따른 의무와 부모의 간섭도 많아졌다. 아그라왈 씨도 계약을 할 때 부모에게 ‘남자 친구를 절대 아파트에 데려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조지아 주에 사는 게리 스펜서 씨는 맨해튼에 직장이 있는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주면서 ‘부모와 친척들이 1년에 4차례 정도 뉴욕을 방문할 때 아파트를 사용할 수 있으며, 시내 관광을 할 때 안내를 맡아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재산권 행사에 관여하는 부모들도 있다. 집을 구입할 때 공동명의자로 부모 이름을 넣거나 앞으로 주택을 매각했을 때 양도차익의 일부를 공유하기로 자녀와 약속하는 사례도 있다.

집을 살 때 부모에게 기대는 것은 미국에서 ‘당연한 일’이 아니라서, 부모에게 재정적 도움을 받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치료를 받는 젊은이도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