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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여권에선 정운찬이 제일 낫죠”

입력 | 2007-03-15 11:23:00


범여권 후보로 주목받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14일 “나는 국가 리더가 아니라 한 사람의 경제인”이라며 대선 참여를 부인하고 대신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을 추천했다.

문 사장은 이날 동아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 총장은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학의 총장을 지낸 훌륭한 분”이라며 “정 총장이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분이 나와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거론되는 대선후보 중 정 전 총장이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 총장이 대선에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나온다고 하더라. 현재 거론되는 후보 중 정 총장이 훌륭하다”고 답했다.

문 사장은 자신이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나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많다”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했는데 (여권에서) 인물이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현재 거론되는 인물만 해도 10명이 넘는 것 같던데요.”

“李명박, 부가가치 높은 데 예산과 자원을 써야”

문 사장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향해 “몇 십 년에 걸쳐 수 십 조원의 비용이 드는 데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선 안 된다. 환경이나 경제 논리를 차치하더라도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고 충고했다.

그는 “대운하는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그보다 훨씬 우선순위에 있고 부가가치 높은 데 예산과 자원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좁은 국토에서 제로섬 경쟁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우리나라보다 60배나 큰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 거기서 파이를 늘릴 수 있도록 창조적인 지식이나 사람에 투자해야 합니다. 부가가치를 열 배씩 더 낼 수 있는 건 사람에 대한 투자밖에 없어요.”

문 사장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대기업은 지난 30~40년 동안 국가와 사회가 도와줘서 해외로 많이 진출했어요. 그런데 대기업의 고용 인원은 고작 130만 명밖에 안 돼요. 반면 중소기업은 공무원을 뺀 전체 근로자 중 90% 이상을 고용하고 있어요. 2천만 명이 넘게 종사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국제 경쟁력을 두 배로 올리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 세계 시장으로 진출토록 하는 게 한국이 살길입니다.”

“난 국가 리더가 아니라 경제인”

문 사장은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들려준 ‘국가지도자론’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을 이끌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 박사께서 지도자는 ‘자신의 머리로 남의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면서 ‘지도자는 가정도 잘 꾸려야 하지만 기업이나 사회 등 공동체도 잘 가꾸고 교육에도 힘써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옳은 말씀이죠.”

그는 “난 국가 리더가 아니라 경제인”이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 박사께서 한 말을 따르고 내가 해야 할 도리를 하며 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풍토 혁신과 정부 정책에 반영할 만한 정책 개발할 것”

문 사장은 향후 행보와 관련해 “기업 풍토 혁신과 정부 정책에 반영할 만한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년 동안 반부패 운동과 평생학습 운동을 했어요. 수많은 시민단체와 기업에서 평생학습 시스템을 도입했고 해외에도 확산됐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처럼 되고자 하는 기업을 도와 미래지향적인 창조기업으로 바꿔나가는 활동을 할 겁니다.”

그는 “기업인으로서 향후 산업 발전 모델을 ‘육체근로를 기반으로 하는 쪽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지식근로나 창조경영·창조경제 쪽으로 지향할 것이냐’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김칫국부터 먼저 마실 수는 없다”

문 사장은 자신의 정치 참여에 대해선 “정치는 일반 국민이나 기업인 수준에서 하려고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서 할 일이 많아요. 정치적인 감각이 없는 저 같은 경제인에게 범여권 후보로 정치에 참여해 달라는 제의 같은 게 오겠어요. 제의가 올 거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거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문 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내가 정치권에 진출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김칫국부터 먼저 마실 수는 없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