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코레시.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받는 다윗과 유대인들의 바벨론 포로 생활을 끝내게 한 페르시아 왕 고레스를 합성한 이름이다.
‘기름 부음을 받은 자’로 불린 두 왕의 이름을 따 스스로 메시아를 자처한 미국인이 있었다.
본명은 버넌 하월. 14세의 싱글 맘에게서 태어나 계부 밑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무능력자였지만 성경을 달달 외워 거듭난(born-again) 기독교 신자가 됐다.
그에게 성경 구절은 곧 계시였다. 목사의 딸을 좋아하게 된 그는 기도를 하다 눈을 떴다. 그 앞에는 성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사야서 34장.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제짝이 없는 것이 없으니 그분께서 친히 명령하시고….’
그는 곧바로 목사를 찾아가 딸과의 결혼을 요구했다. ‘누구나 아내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다 교회에서 쫓겨났다. 그가 찾아간 곳은 텍사스 주 웨이코 외곽의 ‘다윗파’. 사이비 종말론 신봉자들의 종교 집단이었다.
곡절 끝에 교주가 된 그의 엽기 행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가서 글귀를 토대로 자신은 처첩을 140명이나 가질 자격이 있다며 수많은 여성 신도와 난잡한 성관계를 가졌다.
1993년 2월 28일, 연방 수사요원들이 다윗파 건물을 급습했다. 신도들은 총격전으로 저항했고 그 결과 수사요원 4명과 신자 6명이 사망했다. 코레시도 총상을 입었지만 항복을 거부했다.
이후 51일간 대치는 계속됐다. 코레시는 ‘순교를 통한 재림’을 주장했고 신도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남기로 했다는 증언을 담은 테이프를 밖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사실상 ‘인질극’이었다.
연방수사국(FBI)은 4월 19일 강제 해산작전에 돌입했다. 경찰 병력이 밀고 들어가는 순간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고 어른 53명과 어린이 25명, 태아 2명이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됐다. 이 중 상당수는 머리에 총을 맞은 상태였다.
독립적 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진상규명 작업을 벌였지만 코레시 일파가 화재를 일으킨 뒤 신자들은 쏘아 죽이고 자살했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FBI가 화염성 강한 폭발장치를 쏘았다는 음모론은 계속됐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년 뒤인 1995년 4월 19일 티머시 맥베이라는 청년은 오클라호마 시 연방정부 청사로 폭탄을 실은 트럭을 몰고 돌진했다. 사망자만 168명에 달했다. 그는 “그날 정부가 웨이코에서 저지른 행위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