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생활공동체인 사회복지법인 자생원(원장 한삼주·경남 통영시 정량동)의 문예창작반에서 활동해 온 장애인 12명이 7년 동안 쓴 시를 엮어 책을 냈다. ‘시, 날개를 달다’는 제목의 이 시집은 3부, 110쪽으로 모두 150편의 시가 실렸다.
중복장애 등을 앓으면서 느끼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삶에 대한 아름다운 시선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뇌병변 장애로 팔다리가 불편한 이병석(34) 씨는 ‘내 손’이라는 시에서 ‘…/언제나 떨리는 내 손/그래도/내 몸 일부분이 되어/…/조금은 불편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는/다른 손보다 낫다’고 썼다.
사지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주라미(23·여) 씨도 10편을 냈다. 주 씨는 ‘코’라는 시에서 ‘코는 고맙다/나의 생명을/마시게 해서/코는 고맙다/나의 영혼을/마시게 해서/네가 없으면/영혼만 남는다’고 적었다.
이들의 시작(詩作)은 통영 향토시인 유귀자(52) 씨와 자생원의 유성애(37) 선생님 등이 지도했다.
이 시집의 발간 과정을 휴먼다큐인 ‘희망 100%’에 담은 마산MBC 박상길 프로듀서는 “꿈을 가진 이들의 아름다운 시는 쫓기듯 인생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부끄러움을 준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는 9일 오전 11시부터 자생원 강당에서 다양한 공연을 곁들여 개최된다.
1960년대 초 문을 연 자생원은 장애인의 직업재활 등을 돕고 있으며 현재 식구는 73명이다. 자생원 055-645-2511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