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 현대시 100년, 화폭에 고스란히…‘시가 다시, 희망이다’

입력 | 2007-02-09 03:00:00


한국 현대시의 기점인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가 발표된 지 올해로 100년째다. 한국 현대시 100년을 기념하는 시화전 ‘시가 다시, 희망이다’가 1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본관 1∼4전시실에서 열린다. 계간 열린시학사와 계간 시조시학사가 주관하고 동아일보사와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등이 후원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시인 500명과 화가·서예가 200명이 참여해 500점의 시화를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화전. 최남선을 비롯해 주요한 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등 작고 시인과 김남조 고은 신경림 이시영 정희성 정진규 씨 등 원로·중진 시인, 황병승 김민정 김이듬 씨 등 ‘미래파’로 불리는 젊은 시인들까지 현대시사 100년을 아우르는 시인들이 참가했다. 문인화의 대가인 박종회 화백과 전각가 고암 정병례 씨, 판화가 홍재연 씨 등이 시 작품에 그림을 얹었다.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의 시 ‘풀’을 정 씨가 돌에 새기고 한지에 찍었다. 손에 머리를 괸 김수영의 사진은 잘 알려져 있다(사진). 이 사진을 옮긴 시화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였던 사진 속 모습과 달리 차분하게 생각에 잠긴 얼굴이다. 정 씨가 포착한 시인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태고부터 오늘까지/살기 위해 피 말린 이들의/진홍 염색 알갱이를/얼마나 많이/구름 속에 물과 얼음으로 반죽하여/선홍 몸 빛깔/저리 입었을고.’(김남조 ‘노을2’)

이 시에 더한 박종회 화백의 불타는 듯한 노을 그림도 멋스럽다. 고은 시인의 시 ‘사랑’에 이부재 씨가 그린 다정한 촛불 두 개, 송수권 시인의 ‘시골길 또는 술통’에 이상태 씨가 그린 자전거 위 흔들거리는 술통…. 아름다운 시편과 썩 잘 어울리는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02-302-3144, 3194∼5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