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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발목잡기…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허로 본 정책

입력 | 2007-01-25 03:00:00


“거대 단지 안에 연구, 생산, 경영지원 인력이 함께 일하는 복합적인 반도체 공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큰 경쟁력이다. 빠른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일본의 최고경영자(CEO)나 학자들은 이렇게 부러움을 표시한다. 일본은 지진에 대비해 공장을 한 곳에 짓지 않고 서너 곳에 분산해 짓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처럼 ‘스피드 경영’과 ‘복합화 단지’를 강점으로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제 이러한 강점을 살리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 수도권 벗어나면 고학력 연구 인력 안와

반도체 산업은 흔히 ‘타이밍’ 산업으로 불린다.

반도체는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통상 1주일에 가격이 1% 떨어진다고 한다. 이른바 ‘1 Week 1 Percent’ 법칙이다. 1년이 지나면 가격이 절반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계획을 세워 시의적절하게 양산 시기를 조절하는 빠른 의사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전에도 규제로 반도체 기업의 중요한 타이밍을 뺏곤 했다.

동부일렉트로닉스는 2001년 초 충북 음성군의 공장에 구리 공정 생산 라인을 도입하기로 하고 정부와 협의를 시작했다.

실태조사와 5차례의 전문가 회의, 2번의 토론회를 거쳐 구리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수질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고시된 것은 2003년 11월. 당시 동부일렉트로닉스의 공장이 하이닉스 이천 공장이 있는 자연보전권역이 아닌 성장관리지역에 있었는데도 공장의 생산 공정을 바꾸는 데 2년 가까이 걸린 것이다.

삼성전자도 화성과 동탄의 반도체 공장(약 17만 평) 증설(增設) 허용 여부를 놓고 정부와 2년 반 가까이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허가를 받아 냈다.

좋은 품질의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고급 연구개발 및 기술 인력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교통, 문화 환경, 자녀 교육 등에 많은 인센티브를 갖춘 입지 여건이 중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외 지역에는 고학력 연구 인력이 오려 하지 않는다”며 “수도권 규제는 인력 채용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 못하면 언젠가 본사마저 떠날 수도”

산업자원부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1차 증설 공장으로 충북 청주시는 허용하되 2차 증설 공장으로 경기 이천시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증설을 사실상 불허한 것.

하이닉스는 당초 이천 공장에 13조5000억 원을 투자해 3개의 구리 공정 반도체 생산 라인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반대에 막혀 결국 이천 공장 증설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천에 차세대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구리 공정 라인을 증설하지 못하면 하이닉스는 결국 언젠가는 본사가 있는 이천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청주 공장은 새 용지와 현 공장 사이에 다른 기업의 공장이 있어 입지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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