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의 의미는… 13일 강원 춘천시 베어스타운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강원도당 신년하례회에서 당내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가 건배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박근혜“검증된 대선후보 내자는것”
이명박측“제2 김대업사태 黨서 조장”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에 앞선 대선후보 사전검증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유승민 의원이 나서 ‘이명박 검증 필요성’을 공개 제기한 데 이어 박 전 대표가 직접 ‘대선후보 검증은 당연하다’고 언급하는 등 공세를 계속했다. 이 전 시장 측은 공식적으론 ‘무대응’ 방침을 정했으나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표 측이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며 불쾌해 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검증 논란이 두 대선주자 간의 감정싸움으로 격화될 경우 대선 구도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특정 대선주자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검증작업을 할 것”이라면서도 “대선주자가 서로 검증하는 것은 ‘상호 흠집 내기’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다 함께 검증 받자”=박 전 대표는 13일 춘천 베어스타운호텔에서 열린 강원도당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후 “두 번의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정권 창출에 실패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말하지 않았겠느냐”며 전날 검증론을 처음 제기한 유 의원을 거들었다. 그러면서 “공당이 대선에 검증된 대선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후보가 검증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표의 이정현 공보특보는 14일 “검증을 하면 그 주체는 당과 언론기관 시민단체가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도 적극 응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처럼 검증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데는 이 전 시장과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고착되기 전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또 이 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에서 자유롭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소이부답(笑而不答)이지만…”=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와 함께 참석한 강원도당 신년하례회가 끝난 뒤 검증 문제에 대해 “소이부답이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고만 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일정한 정도를 넘는 각종 비방에 대해서는 이미 법적인 대응을 해 왔다”면서 “특별히 대응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무대응’으로 박 전 대표 측과 차별화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측 내부에선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검증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조작이 명백한 음해성 소문들까지 포함해서 모두 샅샅이 체크했으나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누구든지 근거를 갖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얼마든지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 일부에서는 “다급해진 박 전 대표 측이 시대착오적인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강한 불만이 나온다. 이 전 시장의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 측의 주장은 당내에서 서로 네거티브 싸움을 하자는 것인데, 이는 제2의 김대업 사태를 당내에서 조장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흥분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