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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새 역할은 한반도 평화정착”

입력 | 2007-01-02 03:00:00

동아일보 회의실에서 신년 대담을 하고 있는 김경원 고려대 석좌교수(왼쪽)와 윤영관 서울대 교수. 두 사람은 북한 핵문제 해결은 물론 그 이후를 위해서도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대 기자


《주미 대사를 지낸 김경원 고려대 석좌교수와 현 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윤영관 서울대 교수가 새해를 맞아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대담을 갖고 한국 외교의 진로와 과제, 북핵 해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풍부한 실무 경험과 해박한 이론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한국이 외교와 대북 정책에서 내부 합의를 도출하고 한미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영관 교수=올해도 중요한 이슈가 많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국내정치적으로는 대선이 걸려 있고, 국제정치적으로는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습니다. 6자회담은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김경원 석좌교수=외교는 항상 문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한미 관계의 복원 내지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하고 제일 가깝게 사귀어 왔고 대미 관계가 한국 외교의 가장 큰 변수였는데 새해에는 반드시 제자리까지 복원해 놓든가, 아니면 이전 수준보다 더 발전시키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한미 관계와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는 것이 북한 문제인데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도 시급합니다. 더 나아가 핵문제가 순탄하게 풀리든, 어렵게 풀리든 엄청난 변화가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에 대비한 국가 전략도 이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그렇습니다. 한미 간의 입장에 간격이 생기면 대북 정책 효율성이 약화됩니다. 미국과 한국이 같은 입장을 갖고 접근하면 북한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이 되지만 미국과 한국이 서로 다른 접근을 하는 경우 엄청난 외교 정책적 손실이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행동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 보유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정권 및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윤=북핵 문제를 다룰 때는 우리 사회 내부의 합의가 이뤄져 있는가에 대해서부터 생각해야 된다고 봅니다. 왜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 되느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우선 남북한 간의 전략적 균형이 깨지고, 군사적 위험이 증가하고 불안정 요인이 강화되면, 바로 그것 때문에 한국 경제가 영향을 받습니다. 이것 못지않게 북한의 핵 보유는 커다란 외교적인 파괴력을 가져올 것입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미래 한반도의 안보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남한을 소외시키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는 등의 주도권 행사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정입니다만 한미 관계가 소원해지면 미국 쪽에서 북한의 주도권 행사를 묵인해 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 핵 문제를 파국적 상황이 아니라 협상다운 협상을 시도해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김=그렇습니다. 경제적 고립을 받아들이면서도 핵 보유를 통해 북한은 한반도에서 메인 액터(main actor), 즉 주인공으로 인정받으려 합니다. 한국을 세컨더리 액터(secondary actor)로 간주해 메인 액터가 모여서 얘기하는데 들어오지 말라는 거지요. 북핵 문제가 처음 제기될 때 모든 정치 지도자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고, 우리 대통령도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외교적으로 해결 안 된다고 할 때 군사적 옵션이 자연히 고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말을 하지 않습니다. 평화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평화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리도 개발돼 있어야 합니다.

▽윤=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목표 지향적이고 실용적인 외교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5년 후, 10년 후 한반도 평화정착을 하겠다면 그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미리미리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략 개념이 있어야 되는데 쉽게 이야기하자면 한국과 주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대치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한쪽에서는 대치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한미 관계는 공동화(空洞化)됩니다. 그게 아니고 한미 관계는 군사동맹 관계이고 한중 관계는 아직은 거기까지 못 미치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우호 친선국이라면 관계의 차별화와 서열화가 형성됩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는 암묵적이지만 분명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는 것이 좋습니다.

▽김=미국과 중국 사이, 일본과 중국 사이,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잔꾀를 부리는 외교는 오래 못 갑니다. 가장 시급한 것이 (관계국과의) 신뢰 회복입니다. 자유무역협정(FTA), 미군기지 이전, 전시작전권 등 개별 아이템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하게 맞서야 합니다. 미국이라고 해서 우리가 팍 죽어서 양보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협상은 최대한으로 봐야 50%밖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우리가 요구했던 사항이 50% 이상이 되면 상대방은 50% 이하의 결과를 얻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경우 협상 결과에 대해 불만을 가진 상대방은 끝까지 준수할 생각이 없어집니다. 협상의 결과는 50% 주변에서 결정 나는 것이 건강합니다.

▽윤=그런 의미에서 볼 때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큰 나라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물류 금융 교통에서 허브 역할을 합니다. 모든 것이 네덜란드를 거쳐서 가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안보효과까지 거둡니다. 북한 문제가 풀리면 한국이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감정적 민족주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활로를 막는 심리적인 장애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국 문화와 문물을 흡수해 내고 담아내는 그릇을 키워야 합니다. 한국의 안정과 평화가 주변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한미동맹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합니다. 냉전 때는 한국의 방위가 역할이었다면 이제 탈냉전시대에는 한반도 냉전종결과 평화정착이 한미동맹의 새로운 역할이 돼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한 양국 간의 진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눈앞에 떨어진 현안 해결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큰 그림에 대한 합의 도출이 시급합니다.

▽김=바로 그런 대화가 부족했다는 겁니다. 냉전이 종식돼 가니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활발한 토론을 했습니다. 결국 독일이 독자적 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을 방지하고 발칸 지역의 분규를 견제키로 하는 등 NATO 역할을 더 강화하고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윤=1990년대 냉전이 끝나고 나서 일본 내부에서 주일 미군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미국에서도 일부 진보적인 인사들이 주일 미군을 뺄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국방부 일을 많이 하면서 양국 관계를 새로 정의하고 냉전이 끝난 후에도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는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우리도 한미 간에 전략적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적극적 관계 설정 및 유지)’ 없이 압박 일변도의 정책만 구사하고 있습니다. 압박 일변도로 나가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김=그렇지만 북한에 혜택을 베풀면 알아서 변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우리 쪽에 있습니다. 따뜻한 햇볕을 보내면 스스로 알아서 외투를 벗는다는 개념이지요. 그게 실제 가능하다고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지원만 하는 대북 접근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대북 정책을 현실주의적인 개념으로 구성하면 한미 관계를 개선하고 같은 방향으로 줄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윤=우리가 주도하면서도 세계사의 보편적 방향과 부합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합니다. 국제사회와 세계사에서 존중되는 보편적 가치와 부합되는 방향으로 대북 포용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주도해 나가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세계사의 보편적인 방향이란 핵 비확산, 인권문제, 시장경제입니다.

정리=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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