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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 출신들 잇단 비판에 불쾌감

입력 | 2006-12-27 02:58:00

무슨 생각?‘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집무실 앞에서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 말미에 “할 말 있으면 ‘(현직에) 계실 때’ 많이 해 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주로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지만 정치권에선 즉각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다가 그만둔 뒤 정부 밖에서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온 일부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현 정부에 참여했다가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현상임에 틀림없다. 현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말이기에 국민에게는 더욱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기 때문.

경제 분야에선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특보와 정태인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 등이 대표적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리기도 했던 이 전 특보는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내면서 현 정부 전반기 경제정책을 주도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문제로 노 대통령과 갈라섰다. 이 전 특보는 “한미 FTA는 정부 내에서조차 소수 몇 명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비서관도 ‘반(反)FTA 전도사’로 통할 만큼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노 대통령은 청문회에 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진보 진영의 관점에서 노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일관성이 없음을 비판하는 데 비해 외교안보 분야 고위직 출신 인사 중에는 보수 또는 실용의 관점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이 다수다.

현 정부 초대 주미대사로 한미 간의 갈등 양상을 외교 현장에서 지켜본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은 노 대통령이나 현 정부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지만 점잖은 목소리로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하고 있다. 한 전 장관은 현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추진하는 데 대해 북한 핵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한미 공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지적했다.

현 정부의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실용의 시각에서 정부의 대미 자주외교 노선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7월 한 강연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식의 감정적 민족주의가 시대의 키워드가 돼버린 느낌”이라며 “동맹을 해체해서 자주를 아무리 많이 구가해도 정작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외교적으로 고립돼 버린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은 노 대통령의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 전 보좌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정책이 잘못됐다고 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도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반대운동의 전면에 서 있다. 청와대는 그에 대해 “이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라고 분개했다는 후문이다.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논란이 있지만, 대통령의 준비된 철학이나 정책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자질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는 또 “한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조연으로 전락한 면이 있다”며 정부 정책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이 밖에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농민 사망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7·26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는 등 여권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