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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군 수뇌부, 노 대통령에게 사과 요구

입력 | 2006-12-26 11:26:00


전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신천동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실에서 긴급회동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군대 발언'과 관련해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일생을 바쳐온 우리는 12월21일 행한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우리 국민과 국군, 헌법을 모독하고 신성한 국방의무를 폄훼한 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조항을 언급하며 "노 대통령은 이 국가비상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 및 대한민국 국군의 총사령관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을 "참 어이가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영하의 혹한을 무릅쓰고 불철주야 조국의 산하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70만 국군 장병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인 동시에 신성한 국토방위 의무를 폄훼한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에 대해서도 "군 인력수급의 어려움과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 사안"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군 복무기간을 단축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한이 쏜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인데…'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북한 미사일 공격 대상은 누가 봐도 남한 국민 뿐"이라며 "북한 미사일이 남한으로 날아 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국가안보는 0.01%의 불확실성이 있어도 안 되는 것인데 국가안보와전 국민의 생사가 걸린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남한의 군사력과 관련해 언급하면서 '우리 군인들이 떡을 사먹었냐' '그 사람들 직무유기 한 것 아니냐'고 한데 대해서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발전하기까지 그 주역은 6·25 전쟁에서 사선을 넘어 조국을 지키는데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군 원로들 이었다"며 "우리들의 구국의 일념을 폄훼하고 마치 국방비를 헛되게 낭비한 주범으로 몰아붙이는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한 전시 작전통제권(작전권) 환수 논의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역대 군 수뇌부의 환수 반대 주장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했다"며 "이는 한반도 전쟁억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한미연합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주권문제나 자주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작전권 단독행사를 위한 계획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이들은 "'미국에만 매달려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엉덩이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국가안보에 초석이 되고 있는 한미동맹에 찬물을 끼얹는 심각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이 유사 이래 최대의 안보위기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역대 군 수뇌부들은 이날 긴급회동 후 성명서 최종 문안을 조율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서를 낭독했다.

김성은 전 장관은 회의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노 대통령은 작전권 환수에 반대한 군 원로들을 매도했다"며 "나라의 장래가 너무 위태롭고 이렇게 하다가는 대한민국이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위국심이 생겨 오늘 모였고 과거에도 작전권 환수를 극렬 반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 자유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싸웠고 그 결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며 "당시 3~5살,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것을 나쁘다고 비난하고 있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오늘은 이 정도로 하려 한다"며 청와대 측의 '긍정적' 반응이 없을 경우 추가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추가 조치와 관련해 김지욱 성우회 홍보실장은 "현재로서는 특별히 염두에 둔 것은 없다"며 "앞으로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김성은, 오자복, 노재현, 이기백, 이병태, 최세창, 정래혁, 서종철, 이종구, 김동진, 김동신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 연합사부사령관 등 역대 군수뇌부 7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김종환 전 합참의장,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김인식·김명균 전 해병대 사령관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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