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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살인누명 태권도 유망주, 아버지가 진실 밝혔다

입력 | 2006-12-17 19:37:00


국가대표급 태권도 선수인 장모(32) 씨의 인생 역정은 '위증'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지 깨닫게 해준다.

장 씨는 거짓증언으로 인생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온 장 씨는 엘리트코스인 한국체대에 진학했다. 전국체전 등 국내 시합에서도 승승장구, 주위에서도 곧 국가대표로 선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1995년 같은 과 선후배들과 술을 마시다 우연찮게 말려든 패싸움이 장 씨의 인생행로를 바꿔놓았다. 사소한 말다툼에서 각목이 오가는 패싸움으로 번졌고 상대방 일행 중 한명이 숨졌다. 하지만 전 씨는 싸움에 끼어들기는커녕 술에 만취해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 씨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1심에서 징역 2년을,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1997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돼 결국 전과자가 됐다.

하지만 장 씨의 아버지(65)는 일부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것을 수상히 여겼고 이들을 위증죄로 고발했다.

검찰 조사 결과 장 씨와 함께 기소된 Y 씨의 어머니가 자식이 처벌될까 두려워 이들에게 거짓 증언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뒤늦게 박모 씨 등을 위증죄로 기소했고 1999년 이들에 대해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아버지 장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들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2004년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김경종)는 2년 6개월의 긴 재판 끝에 장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끝에 1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것.

뒤늦게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동안 장 씨는 국가대표의 꿈을 접고 방황을 하다 한강에 투신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현재 장 씨는 대학 졸업 후 자신이 못 이룬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주지역 한 국가의 태권도 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하고 있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