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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10년 굶주렸다… 세계가 먹잇감”

입력 | 2006-12-16 03:00:00


‘세계를 사들여라(Buy the World).’

10년 불황을 이겨낸 일본 기업들이 미국과 영국의 대기업을 무서운 기세로 사들이고 있다.

일본담배산업(JT)은 15일 영국 담배업체 갤러허의 주식 전량을 2조2000억 엔(약 17조6000억 원)에 매수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JT는 7.8%인 세계 담배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10.9%로 끌어올린 뒤 필립모리스(미국)와 브리티시 아메리카 토바코(영국)를 맹추격할 계획이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대금 최고기록을 바꿔 치우게 된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서비스업체인 NTT도코모가 2000년 미국 AT&A와이어리스를 1조1000억 엔에 사들인 것이 최고였다.

JT는 9월 말 현재 1조2000억 엔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해 은행차입금 등을 보태면 인수자금 마련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기업 인수 폭발적 증가

일본 기업들이 올해 1∼11월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데 들인 자금은 5조3000억 엔으로 지난 한 해의 3.3배에 이른다.

일본 기업의 역대 해외기업 인수 금액 상위 10위 목록도 3건을 갈아 치웠다.

도시바 등은 미국의 원자력발전설비업체인 웨스팅하우스를 6210억 엔, 닛폰판유리는 영국의 유리업체인 필킹톤을 6160억 엔, 도쿄전력은 미국의 발전사업자인 MAPL을 4000억 엔에 사들였거나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또 해외기업을 직접 인수한 사례는 아니지만 소프트뱅크는 휴대전화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영국 보다폰의 일본법인을 1조9000억 엔에 인수했다. 소프트뱅크와 JT까지 포함시키면 해외기업 인수 규모는 지난해의 6배에 이른다.

●본업(本業) 강화가 목적

일본 기업의 해외기업 매수 열풍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전반에 걸친 거품경기 시절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경영전략상의 인수 목적은 전혀 다르다.

예컨대 1989년 소니가 컬럼비아픽처스를, 가전업체인 마쓰시타전기가 1990년 영상업체인 MCA(현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인수한 것은 사업다각화가 목적이었다.

반면 지금은 핵심사업 부문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이 주류다. JT, 도시바, 닛폰판유리, 도쿄전력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유형의 M&A는 (인수 및 피인수기업 간) 상생효과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외기업 매수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순풍

일본 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는 엄청난 현금 보유 덕분이다. 일본 기업들은 4년째 사상 최고의 순이익 경신기록을 이어가면서 현금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남아돌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는 현금 등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이자가 웬만한 금융회사를 능가할 정도다. 미쓰비시상사와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4∼9월 이자와 배당으로 벌어들인 돈이 각각 591억 엔, 386억 엔에 이르렀다. 다케다약품, 닌텐도, 혼다, 도요타자동직기, 미쓰이물산도 100억 엔을 넘겼다.

일본기업의 해외기업 대형 매수 출자 사례 (금액별 순위)순위매수·출자자대상 기업(국적)금액(억 엔)연도(추진중)JT갤러허(영국)22,000 ①NTT도코모AT&T와이어리스(미국)11,0002000②JTRJR나비스코의 미국 외 사업부문(미국)9,4241999

③마쓰시타전기MCA7,8001990④소니컬럼비아픽처스(미국)6,4401989⑤도시바 등웨스팅하우스(미국)6,2102006⑥닛폰판유리필킹톤(영국)6,1602006

⑦NTT커뮤니케이션즈베리오(미국)6,0002000⑧소니 등MGM(미국)5,4202004⑨NTT도코모KPN모바일(네덜란드)4,0732000⑩도쿄전력MAPL(미국)4,0002006자료: 니혼게이자이신문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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