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기위의(心之起爲意)란 말이 있다. 마음이 일어나야 뜻이 된다는 말이다. 내 평생, 마음속에 자리한 좌우명이기도 하다. 강원 평창군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해 한국의 변방이 아닌 동북아의 중심으로 새로운 번영을 이루고자 마음을 세운 지 올해로 11년. 결실을 볼 시간이 13일로 정확히 202일 남았다. 내년 7월 4일 과테말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최종 결정한다.
올림픽 유치는 나에겐 절실한 과제다. 강원도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내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텃밭을 일구고 자란 이곳이 50여 년 동안 분단지역으로 남아 낙후성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방에서 천혜의 겨울 자원을 이용해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여 분단의 아픔을 씻고 평화와 화합으로 다져진 번영된 통일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국가적으론 1988 서울 올림픽과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2014 동계올림픽을 개최해 세 대회를 모두 여는 세계 6번째 국가로서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와 체육 면에서 진정한 선진국 시대를 맞아야 한다.
올림픽은 스포츠와 평화의 환상적인 만남이다. 지구상에서 다양한 민족이 한자리에 모여 신이 아닌 인간의 능력과 열정에 좀 더 확고한 믿음을 갖고 경의를 표하는 신성한 행사다. 그래서 올림픽은 개최 도시와 국가의 브랜드가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유일한 지구촌 축제이다.
평창은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최종 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3표차로 아깝게 역전패했다. 평양인지 평창인지, IOC 위원 누구도 쉽게 구분하지 못할 만큼 열악한 형편이었지만 평창은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펼쳤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너무 다르다. 몇 표만 더 얻으면 되는 게 아니고 처음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러시아의 소치. 그야말로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잘츠부르크는 자연 조건과 경기장 시설 등 인프라가 뛰어난 데다 모차르트의 고향답게 명성이 자자하다.
소치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치 전면에 나서면서 급부상해 우리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스포츠 강국임에도 지금까지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그것도 반쪽 올림픽만 개최했다는 소외감을 이번에 털겠다며 IOC 위원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우리에겐 어느 도시도 따라올 수 없는 훌륭한 명분이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를 올림픽을 통해 안정적 기조로 바꿀 수 있다는 점, 동계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아시아에서 동계 종목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는 IOC가 해외 홍보를 인정하기 시작한 10월부터 쿠바와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와 아프리카 유럽 등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돌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해 문재덕 북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을 ‘올림픽 유산’으로 삼는 IOC의 긍정적인 평가가 기대된다.
유치를 장담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단합된 힘이다. 국민의 힘은 어려울 때 일수록 엄청난 응집력과 폭발력을 앞세워 나라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우리는 이런 국민의 힘이 있기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당당하게 임하고 있다.
가자! 대한민국이여. 평창 동계올림픽은 21세기 한국 미래의 힘이다.
김진선 강원도지사·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