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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집-맛의 비밀]서울 부암동 ‘손만두’

입력 | 2006-12-02 03:00:00


1960년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중국음식점으로 유명한 ‘하림각’ 뒤편이죠. 과수원 집 어머니와 어린 딸은 이따금 만두를 빚곤 했습니다. 그러면 금세 동네주민 20∼30명이 평상에 모여들어 만두와 정(情)을 함께 나눴지요. 10여 년 전 그 딸이 옛 맛을 그리워하며 자신이 살던 집에 ‘손만두’(02-379-2648)라는 음식점을 열었습니다. 명동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엔 ‘자하’(02-310-5024)라는 분점을 뒀지요. 딸(박혜경 씨)은 이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담백하고 정갈한 손맛은 그대로입니다.

○ 주인장의 말

사람들이 비밀을 자주 묻지만 우리 집 만두는 그냥 착해요.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져 있다면 심심하죠. 어쩌겠어요. 배운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죠. 유일한 조미료는 저기 마당에 있는 독의 간장입니다. 매년 지리산에서 메주를 띄워 장을 담가요. 할머니(윤순이 씨·96)께서 간장 맛을 봐주시죠.

다른 비밀이요?(웃음) 좋은 재료가 가진 맛을 제대로 끌어내는 게 ‘최고의 요리’입니다. 조미료를 쓰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익숙하고 강한 맛이 나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러면 음식은 죽고, 조미료만 삽니다.

맛만큼 중요한 것은 ‘던지지 말라’는 겁니다. 재료도, 그릇도, 말도…. 툭툭 던지면 맛도, 격(格)도 떨어집니다. 손님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가요.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희끗한 귀밑머리를 보니 괜히 ‘짠’ 하네요. 이 집에선 세 번 취한다고 합니다. 호젓한 주변 분위기에, 만두 맛에, 그리고 대표님의 향기에.

▽주인장=(웃음) 그렇다면 정말 행복합니다.

▽식객=음식이 무명 저고리의 처녀 같습니다. 나대지 않고 착하고 정답습니다.

▽주인장=욕 아니죠?(웃음) 간장만으로 맛을 내는데 밋밋하다고 욕도 많이 먹습니다. 그냥 ‘그 처녀’처럼 생긴 대로 살아요.

▽식객=신기한 것은 강한 양념에 중독된 제 혀가 청결하고 담백한 만두 맛에 반했다는 겁니다. 좋은 맛이란 어떤 맛입니까?

▽주인장=어머니와 만두를 빚던 그 마음이죠. 사람들은 귀신처럼 만두 속에 든 마음을 알아요. 마음이 사라지면 만두가 밉상이죠.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만두전골(2인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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