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52는 8분을 생각하고 둔 수였다. “나이스!” 검토실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참고1도처럼 백 ○ 한 점을 살릴 수 있는 장면에서 과감히 버린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흑 2, 4로 머리를 내밀게 하면 하중앙에 기껏 쌓아두었던 백 세력이 빛을 잃는다.
백 52를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빛내는 또 한 수가 58의 응수타진이다. 백 62, 64로 ○를 버리기 전에 58, 60으로 귀에서 ‘가’로 사는 맛을 남겨놓은 게 고차원적인 수법이었다. 프로는 곱게 무장해제하는 법이 없다.
만약 흑 61로 참고2도 1로 바로 잡으면 백 2를 선수하고 4에 붙여 ○ 한 점이 똬리를 트는 수단이 있다.
흑 65에 이어 67로 몰아 백 68로 늘었을 때가 기로였다. 일감은 다음 흑 ‘나’로 잇는 수. 그러나 이것은 백에게 69의 꼬부림을 허용하면 앉아서 질 우려가 있다.
인생의 길처럼 반상의 거리에도 이정표가 없다. 흑 69는 5분을 갈등한 끝에 택한 길이다. 당연히 백 70의 양단수를 각오한 선택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