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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만든 세계최대 해양플랜트 ‘PA-B’에 가보니

입력 | 2006-10-24 03:04:00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에너지공장 ‘PA-B’가 공개됐다. 이 해양플랜트는 10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조선소에서 완공됐다. 러시아 사할린의 극한 날씨를 견디기 위해 주요 시설에 난방용 열선을 감았고 표면은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덮어 전체적으로 은빛을 띠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중공업


17일 오전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한 헬기가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조선소의 상공에 이르자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거대한 은빛 구조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구조물의 정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시추 시설이었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세계 각국이 유전 개발 ‘전쟁’에 들어가면서 초대형 해양플랜트의 발주도 크게 늘어났다. 해양플랜트는 어려운 한국 경제에 듬직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준공

‘PA-B’란 이름의 해양플랜트는 원유 및 가스의 시추부터 정제 운송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는 ‘복합 바다에너지공장’으로 단일 해양 설비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9척을 건조할 수 있는 인력이 2년 10개월을 매달려 10일 완공했다. PA-B 넓이(가로 100m, 세로 105m)는 축구경기장 2개만 하고 높이도 102m에 이른다. 수주 금액은 20만 ㎥급 LNG선 2척 가격을 넘는 4억5000만 달러(약 4275억 원).

가스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플레어붐과 원유 정제시설, 좌우로 15m 이동하며 6.5km까지 시추하는 첨단 드릴링타워 등 주요 시설을 둘러보는 데 2시간 넘게 걸렸다.

100여 명이 생활하는 주거시설에는 사우나는 물론 체육관과 30석 규모의 극장까지 갖춰 놓았다.

김준철 삼성중공업 해양PM그룹 부장은 “PA-B는 지진과 극한(極寒)에도 견딜 수 있도록 국내 기술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해양설비 수주 급증

최근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 각국은 바다 속 깊이 묻혀 있는 원유를 찾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PA-B가 설치되는 러시아 사할린 인근 해역에는 투자액만 200억 달러 안팎의 유전개발광구가 9곳이나 개발되고 있다. 서아프리카와 브라질, 노르웨이, 호주 인근 해역 등 세계 곳곳에서도 바다에너지 탐사가 한창이다.

이 때문에 바다에너지 개발의 첨병인 해양플랜트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과 함께 한국의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조선업계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설비 수주 실적이 2004년 15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5억8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2000∼2004년 매년 평균 4억7000만 달러였던 수주 실적이 올해는 39억 달러(예상)로 급성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2004년 6000만 달러에서 올해 42억3000만 달러로 2년 만에 수주액이 70배 이상 껑충 뛸 전망이다.

○ 자체 설계, 고급 인력 양성 시급

현재 대형 해양설비 제조는 국내 조선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익률이 높은 설계와 운영 등은 국내 기술로 못하고 있다. 그동안 당장 돈이 되는 육상플랜트나 조선설계 부문에는 투자가 많이 된 반면 해양전문가 육성에는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우주·해양엔지니어링 박사인 원윤상 삼성중공업 상무는 “PA-B의 경우 설계 제작 운영까지 모두 담당했다면 수주 금액이 두 배로 뛰었을 것”이라며 “해양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을 하루빨리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