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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음서제, ‘대기업 채용 대물림’ 반발 확산

입력 | 2006-08-25 16:16:00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자 자녀 입사편의 제공’을 노사교섭 공식 대상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해 ‘고용세습’ 논란이 일고 있다.

준사법적 기관인 중노위는 지난 24일 SK㈜ 노사에 대해 “양측은 각 5인씩으로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근로자 자녀 입사 편의 제공 관련 사항과 고용안정, 복리후생제도 등에 대해 논의하라”는 중재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SK㈜는 앞으로 노사 양측이 구성하는 고용안정위에서 노조 측이 주장해온 ‘조기 퇴직자 자녀 입사 편의’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SK㈜는 정년 퇴직자나 업무상 재해에 의한 퇴직자 자녀에 한정해 입사 편의 제공을 단체협약 사안으로 규정해 놓았었다. 현재 사측은 ‘조기 퇴직자 자녀 입사 편의’와 관련, 비슷한 조건일 경우 퇴직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재 결정은 취업 희망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반 구직자의 취업기회를 사실상 제한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계에서는 이번 건을 시초로 다른 기업 노조에서도 같은 요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같은 ‘대(代) 이은 고용’을 고려시대 ‘음서제’에 빗대는 등 비판적인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박도전’은 “고려의 음서제도와 조선시대의 양반제도로 인해 사회양극화의 골이 깊어져 결국은 망국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던가”라며 “이번 결정으로 국내 대형 노조들은 분명 같은 사안을 관철시키려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 런지…중노위 위원들이 책임 져라”고 주장했다.

‘warthog77’인 누리꾼은 “집안 찾고 족보 만들던 조선시대에도 과거를 보고 벼슬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며 “그런대 현대에 와서는 대기업 들어가려면 부모가 미리 다녔어야 한다니, 이 나라는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나민초’는 “중노위 위원들의 의식구조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선조가 어떤 회사에 한 번 고용되면 자자손손 그 회사에 고용된다니 그 회사의 경쟁력은 어찌되며, 능력과 자질을 갖춘 다른 구직자들은 어찌 되는가”라고 허탈해 했다.

이 밖에 “귀족노조의 대물림이 시작됐다(4951sjm)”, “경영세습이나 고용세습이나 똑같다(jbj0629j)”, “세습 대기업사원이라는 뉴 엘리트 계층이 출현하는 셈(gogi9091)”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음서제: 고려·조선 시대 아버지나 조부가 관직생활을 했거나 국가에 공훈을 세웠을 경우에 그 자손을 과거에 의하지 않고 특별히 채용하는 제도.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