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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게이트’ 터지나]감사 요청받고도 7개월 ‘뒷짐’

입력 | 2006-08-23 03:11:00

간판 가린 채 영업사행성 성인게임기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성인오락실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22일 성인오락실이 밀집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한 업소가 ‘바다이야기’라고 쓰인 간판을 가린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사행성 성인게임기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대된 데는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외에도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국회, 감사원 등 감독과 견제 역할을 해야 할 관련 기관의 태만도 한몫했다. 야당이 지난해 6월 감사원에 이 문제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감사청구안을 발의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현재까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는 등 국회도 손을 놓고 있었다. 감사원은 이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의 감사 요청이 있은 지 7개월 후에 감사에 나섰다가 검찰 수사 사안임을 알고 뒤늦게 감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감사원도 ‘늑장’=시민단체인 서울흥사단은 지난해 5월 말 감사원에 ‘성인오락실 상품권 인증제도’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제때 감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감사청구 취하를 요청했다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흥사단 오광진 부장은 “지난해 감사를 청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감사원에서 ‘현재 제도가 변경(인증제에서 지정제로 변환) 중이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며 “그 후 아무 말이 없다가 올해 1월에야 ‘상품권 제도가 지정제로 바뀌었고 검찰 수사 중이라 감사를 할 수 없으니 감사청구 취하서를 보내 달라’고 전화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지방자치단체 감사가 많아 일정을 하반기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11월 감사에 착수했으나 이미 검찰 수사 중이어서 감사원 내부 규정에 따라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고 감사청구를 취하해 달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국무조정실의 부실 심사=지난해 6월 23일 문화부는 경품용 상품권을 인증제에서 지정제로 바꾸는 내용의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고시 개정안’에 대해 규제 심사를 해 달라고 국무조정실 규제개혁2심의관실에 요청했다.

인증제를 지정제로 바꾸는 것이 규제에 해당하느냐는 질의였으나 국무조정실은 지정제는 규제를 초래하는 사안이 아니며 따라서 규제개혁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했고, 문화부는 이를 고시에 반영해 지난해 8월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최근 창원지방법원은 ‘경품용 상품권의 지정권 위탁은 국민의 권리와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사무로 경품의 종류만 지정할 권한이 있는 문화부 장관은 민간단체에 위탁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지정제라고 해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기는 인증제나 마찬가지이며, 그렇다면 국무조정실도 당연히 규제로 간주해 심의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논란이 되자 규제개혁2심의관실 측은 22일 “‘인증’과 ‘지정’은 둘 다 규제가 맞다”며 “작은 규제는 부처에서 자체 처리하도록 하는 방침에 따라 심사를 안 한 것 같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문화부의 규제심사 요청을 받아들여 꼼꼼히 심의했다면 인증제를 지정제로 바꾸는 조치로 인해 상품권 인증 탈락 업체가 곧바로 지정 업체로 구제되는 것과 같은 난맥상을 예방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가 2004년 제출한 사행성 개선안을 국무조정실이 반려 조치해 최근 문제가 된 ‘바다이야기’ 허가가 났다는 일부의 논란과 관련해 법 체계의 문제를 들어 반려했다가 보완시킨 것뿐이라고 밝혔다.

▽서랍 속에 방치된 감사청구권=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등 국회의원 35명은 지난해 6월 “상품권 인증 심사 전반에 걸친 엄정한 감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관련 사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하는 감사청구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문화부와 열린우리당이 조직적으로 감사청구안 처리를 막는 바람에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는 것이 한나라당 측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22일 “당시 철저하게 검증이 이뤄졌으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당시에 감사청구안 통과를 막은 문화부와 여당 의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당시 문광위원장이었던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은 “인증 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문광위원 대다수가 공감했으나 여당은 국회 차원의 조사가 우선이라고 봤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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