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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스인훙]韓-中이 北-美를 만났을 때

입력 | 2006-08-11 03:00:00


최근 국제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 위기다. 4년 가까이 논의된 북한 핵문제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또다시 미사일 사태가 터졌다.

한국과 중국은 이번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양국의 대(對)북한 정책은 심각한 난관에 부닥쳤고 대북한 태도를 바꾸라는 전대미문의 압력에 직면했다. 양국의 대북 관계는 최근 몇 년 새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북한과 미국이 한국 중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등 두 나라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영향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 매파는 ‘평양의 선물’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들은 ‘북한 위협론’을 부풀려 ‘군사 대국화’로 나가는 계기로 삼았다.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은 전보다 더 모험적인 행위를 하거나 심지어 해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주도권을 잡는 등 외교적으로 큰 성과를 얻었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가 미국의 경제 제재와 압력 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극단적인 행동으로 세계의 관심을 끌고 미국과 협상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통상적인 추측은 결코 의존할 게 못 된다.

이런 ‘대외전략 해석’보다 훨씬 합리적인 것은 바로 ‘국내정치 해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19일 6자 공동성명 당시 상호 타협을 위한 ‘최후 결단’이라며 합의를 했지만 이후 미국의 태도는 유연해지기는커녕 되레 금융 제재로 이어졌다. ‘폭정’이라는 비난도 부활했다. 결국 북한 지도층에서 6자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밀려나고 극단적인 매파가 우세한 지위를 얻게 됐다. 북한 내부의 정치 지형 변화가 미사일 발사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의 금융 제재는 미사일 위기의 중요하고도 직접적인 원인이다. 금융 제재는 북한의 군사기술 개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북한 지도층의 위엄을 손상시켰다.

금융 제재는 중국에도 의미가 크다. 왜냐하면 중국은 미국의 권고 및 압력과 북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려다 보니 금융 제재에 휩쓸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외교적인 방법으로 핵문제를 풀겠다는, 3년간 일관되게 추진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정책을 바꿨다. 중국이 꼭 필요로 할 때 북한에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경제 압력을 넣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제재가 중국 단독으로 이뤄지되 △비공개적이어야 하며 △북한을 향한 일방적 압력이 아니라 미국에도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실질적인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3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설득력, 특히 평양에 대한 설득력을 잃게 되고 전략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비록 이번에 유엔 결의안에 찬성하고 미국의 금융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대미 관계에 크게 도움이 되었지만 말이다.

중국은 북-미 양국에 외교적 방법만 사용하고 실질적 압력은 안 쓴다는 정책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의 극단적인 행위를 반대하는 동시에 미국에도 금융 제재를 완화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북-미 양국에 설득과 압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한중 양국이 북-미 양국에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때 한반도의 진정한 안정과 평화, 비핵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