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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맞株]LG텔레콤 vs SK텔레콤

입력 | 2006-07-14 03:08:00


《한때 이동통신업계가 한국 최고의 성장 업종으로 대접받던 때가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가입자가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동통신 3사는 늘어나는 가입자를 쓸어 담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휴대전화는 이제 첨단 기기가 아니며, 누구나 갖는 필수품이 됐다. 집에 유선전화는 설치하지 않더라도 휴대전화는 거의 갖고 있다.》

가입자가 더는 늘어나지 않으면서 이동통신업계의 성장성은 뚝 떨어졌다. 업계는 고객 한 명당 사용하는 요금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파이’의 크기는 늘어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가 성장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상대방의 고객을 빼앗아 정해진 파이 안에서 몫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상대를 죽여야 사는 ‘전쟁터’에서 업계 3위 LG텔레콤이 1위업체인 SK텔레콤을 걸고 넘어졌다.

○ LG텔레콤 “800MHz대 주파수 함께쓰자”

요즘 광고 시장과 길거리 마케팅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회사가 LG텔레콤이다.

아예 작심한 듯 쉴 새 없이 이슈를 만들어 나간다. 실패해도 좋다는 식이다. 더 잃을 것이 없다는 배포로 집요하게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

유선전화 업계의 절대강자인 KT를 물고 늘어진 ‘기분존’ 서비스가 이슈가 되면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가져 온 것이 좋은 예다. 최근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독점적으로 쓰고 있는 800MHz대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 주파수 대역은 현재 LG텔레콤이 쓰고 있는 1.8GHz 주파수 대역보다 통화 품질이 훨씬 뛰어나 ‘황금 주파수대’로 불린다. LG텔레콤의 요청은 멀쩡히 경쟁사가 개발하고 투자한 주파수를 함께 쓰겠다는 것이다.

LG텔레콤은 “특정 업체가 주파수를 독점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주파수 공동 사용 문제를 정보통신부에 건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SK텔레콤 주파수 공동사용요구에 난감

작심한 듯 달려드는 3위 업체의 도발에 SK텔레콤은 난감한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이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이 좋을 리 없다. 어차피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쓰고 있는 주파수 대역에서 다툼이 있어 봐야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물고 늘어지기 전법 덕에 올해 주식시장에서 LG텔레콤은 최대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 초 7000원이 채 안 되던 주가는 지난달 15일 1만395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떠오른 LG텔레콤의 주가는 최근 마케팅 역풍(逆風)을 맞아 다시 가라앉았다. 비용이 너무 많이 늘어나 2분기(4∼6월) 실적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것.

이에 반해 마케팅 비용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실적 변화도 별로 없는 SK텔레콤의 안정성이 최근 증시에서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LG텔레콤, 이 점이 포인트 3분기(7∼9월)부터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분존 서비스가 호평을 받고 있는 데다 다른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만7500원.(삼성증권 장성민 연구원)

○SK텔레콤, 이 점이 포인트 2분기에 마케팅 비용이 늘었지만 경쟁사에 비해 실적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경쟁사에 비해 이익 구조가 탄탄하고 회사가 안정돼 있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5만4000원.(현대증권 이시훈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