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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진수]공연예술센터 건립으로 문화의 양극화 해소해야

입력 | 2006-06-27 03:00:00


현재 서울에는 대형 문화예술회관이 여럿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장충동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는 소중한 문화예술의 전당이지만 국공립 문화기관 및 단체의 보금자리가 되었을 뿐 영세한 민간 예술인이나 단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양극화를 조장한 셈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현재 대학로에는 구석구석에 50여 개의 소극장이 들어서 있어 하루저녁에 서울 시내에서 공연되는 연극이 60∼70편에 이른다. 이런 도시는 세계를 통틀어서 10곳도 되지 않으며 아시아에서는 도쿄와 서울 2곳뿐이다. 대학로와 같은 밀집된 지역에 소극장이 즐비한 것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좋은 볼거리다.

이렇듯 대학로가 연극의 거리로 발전한 것은 가난한 연극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다. 문화예술이야 원래 문화예술인과 관객이 주체가 되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때 정부가 할 일도 없지는 않다.

1년 반 정도 임기를 남긴 이 정부에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가난한 민간 공연예술인 및 단체를 위한 가칭 ‘공연예술센터’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민간 예술인의 ‘가난’을 덜어 주자는 복지적 차원의 발상이 아니다. 민간의 예술 활동을 고무하고 격려하는 것은 ‘창의 한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과 기조를 같이하며 ‘한류’ 바람을 지속시키고 확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 같은 건물이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 안에 각종 공연장은 물론 민간 예술인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수십 개의 연습실이 있어야 한다. 민간 공연예술단체를 위한 공용 기획사무실, 도서 자료실, 세미나실, 대형 식당, 휴게실 등도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공연예술 정보를 위한 전용 포털 사이트를 구축해 함께 운영한다면 지금처럼 매년 공연 활동 지원금을 나눠 주는 것보다 몇 배나 뛰어난 지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건물 상층부에 유스호스텔 수준의 숙박 시설까지 포함한다면 해외나 지방 예술인들이 공연을 위해 연습, 관람, 세미나 등에 참여할 때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 있고, 이것은 교류 활성화로 나타날 것이다.

대학로에 이 공연예술센터를 세운다면 그 이상의 대안이 없다. 문제는 대지다. 하지만 발상을 좀 바꾸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대학로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를 더 넓은 지역으로 이전시킨다면 가장 이상적인 장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4대 궁이 있고 복원된 청계천이 흐르며 남산과 북한산이 마주보는 서울의 강북에 공연예술센터가 들어선다면 서울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 문화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 밖에 장충동의 국립극장과 이웃해 있는 자유센터 쪽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외 지역에도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광복 전에 태어나 6·25전쟁을 겪은 필자는 한국이 경제규모 11위 국가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도 꾸어 보지 못했다. 엄혹했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또 우리의 영화, TV 드라마, 대중가요 등이 이른바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리라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몸담고 있는 연극을 비롯한 순수예술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언젠가 세계가 부러워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꿈을 꾸어 본다.

정진수 연출가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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