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스리톱 안정환(조재진)-설기현(박주영)-이천수(정경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삼지창 날 끝이 너무 무디다. 한국은 지난번 노르웨이전(2일)과 가나전(4일)에서 모두 합해서 12개의 슛(각각 6개)을 날리는 데 그쳤다. 최전방 골잡이 안정환은 2경기 통틀어 겨우 1개, 조재진은 2개. 더구나 이들은 경기 내내 따로 겉돌았다. 안정환 따로, 설기현 따로, 이천수 따로. 한국 스리톱은 따로 놀면 무조건 지게 돼 있다. 우선 신체적 조건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들은 장신에 개인기가 좋은 데다 맥을 끊는 데 도사들이다.
안정환은 상대 장신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힘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주 넘어지거나 미끄러진다. 아예 장신 숲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도 않는다. 어쩌다 오는 패스도 첫 번째 볼 터치가 좋지 않아 슛 찬스를 잡지 못한다. 몸싸움에 밀려 중심을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좌우에서 넘어오는 크로스도 마찬가지다. 키가 작아 공중 볼은 어림도 없고 낮게 오는 볼도 상대 수비수들에게 대부분 끊긴다. 안정환은 슛 타임이 빠르다. 복싱선수의 쇼트 펀치처럼 짧게 끊어 찬다. 그의 장점을 살리려면 우선 볼을 만질 기회가 많아야 한다. 안정환은 움직임이 너무 적다. 상대 수비수들을 편하게 해 준다. 더 넓게,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조재진은 안정환에 비해 움직임이 많다. 활동 영역도 좌우로 넓은 편이다. 공중 볼 다툼에도 능하다. 하지만 볼 키핑력이 약하다. 볼을 자주 뺏긴다. 일대일 싸움에서 밀린다. 패스도 예리한 맛이 없다.
이천수와 설기현의 양 날개는 힘쓰는 것에 비해 얻는 것이 거의 없다. 가나전에서 한국은 이천수-송종국의 오른쪽 라인에서 크로스를 11번이나 올렸지만 단 2번만 성공했다. 이영표-박주영(후반 설기현 교체) 라인에선 3번 올려 2번 성공했지만 크로스 횟수가 너무 적었다. 노르웨이전에선 왼쪽에서 7개의 크로스를 올렸지만 단 1개도 전달되지 않았고 오른쪽 크로스 5개 중 2개만 성공했을 뿐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말했듯이 공격의 예리한 맛이 너무 떨어진다.
물론 허리에서 밀리다 보니 최전방 공격수들이 고립된 면이 있다. 미드필더들의 전진패스가 너무 적었던 것도 한 이유다. 한국은 가나전에서 254번의 전진패스를 시도해 151번 성공했다. 성공률 59%로 가나 70%(317회 중 222번 성공)에 비해 한참 뒤진다. 한국은 노르웨이전에서도 256번의 전진패스 중 140번만 전달(성공률 55%)됐을 뿐이다. 전진패스 성공률이 최소 70%는 넘어야 게임을 지배할 수 있다.
한국은 토고 프랑스 스위스에 개인기와 체격에서 한참 뒤진다(표 참조). 한국 공격진은 이들 상대국 수비진보다 머리 하나만큼씩은 작다. 한국 수비진도 상대 골잡이들보다 체격 조건이 한참 떨어진다. 한국 중앙수비수들은 발마저 느리다.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나 스위스의 알렉산더 프라이, 토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의 스피드를 못 따라간다. 결국 해결책은 ‘압박과 속도’뿐이다. 미드필드에서 압박이 이뤄져야 이들을 잡을 수 있다. 강력한 압박을 해야 ‘송곳 전진패스’를 할 수 있다. 또한 바람 같은 스피드만이 상대의 두꺼운 수비를 뚫을 수 있다. 스피드는 곧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뜻한다. 패스 성공률이 80%는 넘어야 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두 번 실수는 안 된다.
한국 공격진과 상대국 수비진한국 스리톱토고 포백프랑스 포백스위스 포백설기현184cm아세모아사184cm아비달186cm마냥183cm니봄베196cm갈라스181cm센데로스190cm안정환177cm아발로177cm튀랑185cm주루192cm창가이183cm붐송190cm데겐184cm이천수172cmGK 아가사 190cmGK 바르테즈 183cmGK 추베르뷜러 197cm
한국 수비진과 상대국 공격진한국 포백토고 투톱프랑스 투톱스위스 투톱이영표176cm아데바요르190cm앙리187cm슈트렐러195cm김진규183cm최진철187cm카데르 쿠바자176cm트레제게187cm프라이179cm송종국175cmGK 이운재 182cm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