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들어 주는 아이’ ‘곱슬머리 내 짝꿍’ ‘나쁜 어린이표’ 등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고전이라 할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그런데 책 내용 중에는 등장인물들이 비현실적이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해 어린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될 부분도 있다.
‘가방 들어 주는 아이’의 주인공 석우는 목발을 짚어야 하는 같은 반 친구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다 주는 임무를 맡는다.
“내일부터 학교에 올 때 영택이 집에 들러서 영택이 가방 좀 들고 오너라. 갈 때도 들어다 주고. 한 해 동안만 수고 좀 해라.”
2학년 개학 첫날 담임선생님은 석우에게 영택이 집과 제일 가깝다는 이유로 ‘엄한 지시’를 내린다.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1년 동안 오전 오후로 가방을 들어다 주라고 하려면 부드러운 말로 부탁해야 하지 않을까? 사려 깊은 선생님이었다면 그 임무를 여러 아이에게 분담시켰을 것이다.
1년이 지나 3학년 개학날, 교장선생님은 석우에게 모범상을 주며 다른 반이 된 영택이를 석우네 반으로 옮겨 계속 가방을 들어다 주도록 한다. 모범상은 일 년 동안 고생한 대가로 주되 다른 아이들에게도 봉사할 기회를 주었으면 좋았을 듯싶다.
‘곱슬머리 내 짝꿍’의 소미는 뚱뚱하고 못생긴 것 때문에 짝꿍 민성이에게 매일 꼬집힌다. 민성이가 꼬집어서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이 들지만 눈물만 찔끔거릴 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자기 짝꿍이 마음에 안 든다고 허벅지가 멍이 들 정도로 꼬집는 아이가 있을까? 아이들은 저학년일수록 책 속의 주인공을 자기들이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초등학교 2학년 소현이는 “나도 소미처럼 짝꿍이 허벅지를 세게 꼬집어도 엄마에게 말하지 않고 참는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고 감상문을 썼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 참을 것이 아니라 친구를 괴롭히는 행위를 못 하도록 대응하라고, 혼자 힘으로 안 되면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쳐야 할 것 같다.
‘나쁜 어린이표’에 나오는 선생님은 공부시간에 떠들고 욕하거나 숙제를 안 해 오거나 하면 ‘나쁜 어린이표’를 교실 뒤에 붙여 놓은 이름 옆에 한 장씩 붙인다. 하루에 세 장을 받으면 수업이 끝나도 오후 5시까지 집에 갈 수 없다. 하지만 ‘나쁜 어린이표’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권장할 만한 교육 방식도 아니다. 벌을 받은 건우는 선생님 책상 위에 있는 나쁜 어린이표 뭉치를 훔쳐다가 변기에 버린다. 선생님 물건에 손대는 짓은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배울까봐 걱정된다.
우리 동화책만이 아니다. 세계명작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주인공은 주민들이 약속을 안 지키자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져 버린다. 집단유괴라는 섬뜩한 범죄가 너무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아이들은 보통 이 이야기를 읽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감상문을 쓴다. 그런 감상문을 쓰기보다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약속한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게 하자. 2학년 주혜의 글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피리를 많이 만들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팔아 돈을 받으면 된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헤어지는 슬픔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쏟아지는 책의 홍수 속에서 좋은 책을 골라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히 ‘권장도서’ ‘필독도서’라 이름 붙여진 것들에 손이 간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서 꼼꼼히 선정하고 독서 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정미 독서글쓰기 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