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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죽봉공격… 보호할 가치있나”

입력 | 2006-05-10 03:03:00

보호장구 입고 경계근무시위대의 철조망 절단 침입사건 이후 개인보호장구를 입은 초병이 9일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석동현 천안지청장 영장기각 관련 기고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서 국방부와 경찰의 행정대집행을 방해하며 폭력시위를 한 혐의로 이틀 동안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명에 대해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그중 3분의 2가 넘는 44명의 영장을 기각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첫날 영장심사를 맡은 법관은 “검찰이 죽봉을 들고 있던 단순 시위자들도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 포함시킨 것 같다. 폭력시위 적극 가담자, 과격시위 전력자, 시위 주동자 등을 영장 발부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또 “폭력시위 주동자들이 모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죽봉을 든 어린 학생들은 단순 가담자로 판단해 영장을 기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무슨 기준을 정하여 분류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구속영장의 주된 발부 기준은 법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로 명시되어 있다.

죽봉을 들고 있는 것과 휘두른 것을 굳이 구분한 점도 공감하기 어렵다. 공공의 책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향해 죽봉을 든 행위를 단순 가담자로 분류한 점은 더욱 그렇다.

영장이 청구된 사람들은 국방부나 경찰의 행정대집행을 분쇄하겠다는 실행 의지를 가지고 시위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들이며, 죽봉이나 기타 공격용 도구를 들고 경찰을 가격했거나 그에 동조했다.

피의자들은 대추리 주민도 아니면서 시위 복장으로 시위 현장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구속하는 데 필요한 소명은 충분하다고 본다. 48시간 내에 수사기관에 더 세세한 증거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결국 영장 담당 법관은 시위 전력, 범행 가담의 정도 등 수사가 종료된 이후 본안 재판 단계에서나 검토될 양형 요소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 셈이다.

우리는 범죄행위의 형태와 사회적 의미를 도외시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관한 인식에 대해 고언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구속은 수사 단계에서 불가피하게 법이 허용한 최소한의 인신자유 제한장치다. 구속 여부에는 초동수사를 위한 신병 확보 및 사태 확산의 예방 필요성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절차적 위법이 없다면 초기 수사 단계의 신병구속 문제는 법원도 수사기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원이 강조하는 불구속 재판의 확대 문제도 그렇다. 불구속 재판을 위해 영장 발부 자체를 최소화하고 불구속 수사를 위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사법적 정의의 한쪽 면만 바라보는 것에 불과하다. 구속을 하더라도 법원에서 구속적부심 제도나 보석 제도를 적극 운용한다면 불구속 재판의 이념은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다.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적절한지, 행정대집행 조치가 적법한지, 시민운동이라는 미명으로 국가의 안보와 위신이 걸린 사업을 불법·폭력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상의 자유인지 등에 관해서는 모든 국민의 생각과 가치관이 꼭 같을 수 없다고 본다.

영장 발부 단계에서 마치 본안 재판을 하듯이 단순 가담자라느니, 죽봉을 들고만 있었느니, 주동자들이 빠져 있느니 하는 점 등을 기준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일면만을 생각한 성급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 진지한 고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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