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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짜 밥, 이젠 줘도 안 먹겠다”

입력 | 2006-05-06 03:02:00


노숙인 알코올중독자 상습범죄자에게 소크라테스와 도스토옙스키를 읽게 하고, 철학 문학 예술 역사 논리학을 가르치는 게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 끼 밥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은 허영이고 사치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미국의 빈민교육 활동가인 얼 쇼리스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최하층 빈민들을 위한 인문학 코스를 개설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염치를 아는 인간형으로 바꾸어 놓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성공회대가 이를 본떠 만든 8개월 코스의 노숙인 대학(성프란시스대) 1기 졸업식은 벅찬 감동의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제 졸업장을 받은 13명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감사의 뜻을 표시할 줄 모르고,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르던 사람들이었다. 성프란시스대 졸업자들은 지금도 무료 급식소에 가면 세 끼 밥을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제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공짜 밥을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자활 의지는 염치와 자존심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알코올과 무력증에 젖어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끼니를 제공하고 취직에 유용한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일을 해서 먹고사는 삶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얼핏 효용이 적어 보이는 인문학이 이처럼 대단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최하층 빈민들이 궁핍한 것은 부자들이 다 가져가기 때문이 아니다. 쇼리스는 그들에게 정신적 삶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갈파했다. 육신의 양식을 ‘공짜 밥’으로 해결하는 의존의 삶을 부끄럽게 하는 힘은 정신의 양식에서 나온다.

성공회대와 삼성코닝이 손잡고 개설한 성프란시스대의 휴먼 드라마는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할 수 있는 사회봉사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필요하지만 근로 의욕을 쇠퇴시켜 점점 더 빈곤의 늪에 빠져들게 하는 결함이 있다. 공짜 밥의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정신과 의지를 길러 주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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